영화 ‘리얼’이 자신의 20대를 대표하는 작품이길 바란다는 김수현. 하지만 관객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래도 김수현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시간이 지나도 ‘리얼’을 사랑할 것 같다”고 했다. 사진제공|코브픽쳐스
■ 영화 ‘리얼’ 김수현
“20대 마지막 작품…어려움, 내 취향
내 안의 나를 끄집어낼 수 있는 기회”
내 안의 나를 끄집어낼 수 있는 기회”
데뷔하고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칭찬을 더 많이 받았다. 최근 3∼4년 사이 대중의 열망이 그에게 집중되기도 했다. 때문에 지금 쏟아지는 혹평과 악평은 김수현(29)에게 당혹스러울 수 있다.
영화 ‘리얼’(제작 코브픽쳐스)을 통해 김수현은 혹독한 30대를 준비하고 있다. 승승장구한 20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하려 택한 영화가 대중의 비난을 넘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어서다. 주연배우라는 이유로 작품을 겨냥한 화살이 전부 그를 향하고 있다.
김수현에게 일련의 상황을 겪어내는 심정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몇 초의 망설임 뒤 입을 땠다.
“이런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려움이)내 취향에 맞다. ‘리얼’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수현이 ‘리얼’을 선택한 데는 제작과 연출을 맡은 이종사촌 이사랑 감독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를 빼놓기 어렵다. 이 감독은 그가 “가장 믿는, 눈과 귀를 가진 사람”이라고 칭하는 존재. 감독이 전해준 시나리오는 그대로 김수현을 자극했다.
“처음엔 영화의 정답을 알지 못했지만 계속 읽다보니 정답을 찾았다. 그 과정이 통쾌했다.”
관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에 ‘정답’과 ‘오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해 한 번 더 물었다.
“영화에는 두 명의 장태영이 나오지만 둘 다 가짜이다. 둘의 과거가 엇갈려 있고 어딘가에 가려져 있다. 그게 바로 함정이다. 그 함정이 매력적이다. ‘리얼’을 준비하면서 이런 말을 들었다. ‘자신은 타인에 의해서만 정의된다’는 말이다. 그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배우 김수현. 사진제공|코브픽쳐스
‘리얼’을 홀로 책임지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맞았다고도 했다.
“배우 김수현이 나의 모습이라면 한쪽에는 인간 김수현도 있다. 두 자아의 간극이 너무 커진 걸 발견했을 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인간 김수현은 겁쟁이 같다. 사람들은 나의 모든 걸 배려해주고. 그런 게 쌓이다보니 어느 날 내가 공주님처럼 돼 있더라. ‘리얼’은 내 안의 나를 끄집어내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김수현은 ‘리얼’ 촬영을 끝내고 개봉까지 1년 동안 아무런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영화는 물론 웬만한 드라마 제작진이 모두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거절한 채 ‘리얼’ 공개를 기다려왔다. 공백의 이유를 김수현은 “‘리얼’에 갖는 욕심과 의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족하다 싶었는지 “모두 필요한 시간이었기에 후회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수현은 내년 초 입대를 앞두고 있다.
“군대에서 30대의 내 모습을 계획하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지 아직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 나를 돌아봤을 때 20대에 ‘리얼’을 했다고 기억되길 바란다. 그래서 ‘리얼’이 자랑스럽다.”
● 김수현
▲1988년 2월16일생 ▲2007년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로 데뷔 ▲2009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입학, 휴학 중 ▲2010년 SBS 드라마 ‘자이언트’ 출연 ▲2011년 KBS 2TV ‘드림하이’ 주연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2013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695만 관객 동원, SBS ‘별에서 온 그대’로 한류스타 도약 ▲2015년 KBS 2TV ‘프로듀사’로 KBS 연기대상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