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 “채권 매입뒤 선별 소각 검토” 개인 채무에 재정 투입 적절성 논란… 소멸시효 지난 채권 우선 소각하기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민간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소액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정부가 연체 채권을 사들인 뒤 채무자의 상환능력 등을 심사해 선별적으로 채권을 소각해주겠다는 것이다. ‘빚의 굴레’에 빠진 취약계층에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주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재정을 투입해 민간의 채무까지 정부가 해결해주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 민간의 소액 장기 연체 채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연체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내년 중 시행 목표로 예산을 편성해 민간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매입 대상이 될 ‘소액 장기 연체’의 기준은 아직까지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민간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10년 이상 장기 연체된 1000만 원 이하 채권은 약 2조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채권들은 시중에서 액면가의 2∼4% 수준에 거래된다. 따라서 정부가 연체 채권을 매입한다면 투입될 예산은 500억∼1000억 원 규모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2008년 신용회복기금과 2013년 국민행복기금 등은 은행권에서 출자를 받아 연체 채권을 매입했다.
한편 국정기획위와 금융당국은 국민행복기금과 금융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연체 채권 가운데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은 즉각 소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소멸시효가 완성됐거나 채무자가 사망하는 등의 이유로 추심이 중단된 ‘죽은 채권’은 약 6000억 원(36만 명)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에 대해서는 금융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소각하되, 민간에서도 소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또 소액 장기(1000만 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에 대해서는 국세청 등의 자료를 통해 상환능력을 심사한 뒤 채무를 탕감해주기로 가닥을 잡았다. 심사 대상이 되는 채권의 규모는 1조9000억 원(40만3000명)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