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도시, 서울의 탄생과 궤적 ―근현대 서울의 집 (서울역사편찬원·서울문화마당·2017)
몇 달 전, 일본 유명 블로거가 작성한 글의 번역판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스스로를 ‘단지(團地) 덕후(마니아)’라고 밝힌 그는 “아파트단지 왕국인 서울은 지하철 출구만 나오면 눈앞에 아름다운 아파트단지가 펼쳐지는 특이한 곳”이라고 적었다.
그의 지적대로 한국에선 ‘집=아파트’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만 해도 2015년 기준 280만 채에 달하는 집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58.6%가 아파트다. 기자도 태어나 지금까지 아파트에서만 살았기에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
‘근현대 서울의 집’은 아파트가 어떻게 서울에서 주거시설의 대명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1930년 서울 최초의 아파트인 ‘토요다 아파트(충정로 유림아파트)’가 선보인 뒤 약 40년 동안 아파트는 ‘비인기 품목’이었다. 대한주택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신)가 발간한 ‘주택’에 마포아파트에 입주한 부부가 눈물을 흘리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해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으로 가겠다”고 말한 내용이 실릴 정도다. 당시만 해도 서울의 아파트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서민주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