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국가에 끼친 해악 너무 커”… 김상률 6년 등 7명 모두 실형 구형 “이제 하늘과 운명 믿을 수밖에”… 조 前장관 남편 박성엽 변호사 울먹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을 주도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에게 각각 징역 7년과 6년을 구형했다. 또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57)은 징역 6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은 모두 징역 5년, 김소영 전 대통령교문수석실 문화체육비서관(51)은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이들 7명의 1심 선고는 27일로 예정돼 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피고인들이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너무나 중대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 측은 변호인 5명이 돌아가며 약 2시간 동안 혐의를 부인하는 변론을 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인 남편 박성엽 변호사(56)는 “조 전 장관이 구속된 후 텅 빈 방 안에서 제가 느낀 것은 결혼할 때 다짐한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력감이었다”며 “이제 그저 하늘과 운명, 재판 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박 변호사는 손을 떨고 울먹이며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고, 조 전 장관은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어진 최후 진술에서 김 전 실장은 혐의 전체를 조목조목 부인하는 글을 또박또박 읽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사과나 반성 한마디 안 한 김 전 실장과 달리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문화인들이나 국민들께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울먹이면서 “구치소에 갇혀 하루하루 사는 게 어려웠지만 감당 못 할 일은 아니다”며 “힘든 것은 이 사건이 다 끝난 뒤에도 남을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낙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