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100일 동안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많은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현종은 배롱나무를 무척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근무하는 중서성(中書省)을 자미성(紫薇省)이라 고쳐 불렀다. 배롱나무의 다른 이름 중 하나인 ‘자미’는 북극성을 의미하는 ‘황제나무’라는 뜻이다.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의 궁궐에서 배롱나무를 볼 수 있는 것은 황제나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배롱나무가 황제나무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북극성 북쪽에서도 가장 빛나는 자미성(紫微星)처럼 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오랫동안 붉게 피기 때문이다.
배롱나무의 붉은 꽃은 변하지 않는 마음, 즉 단심(丹心)을 상징한다. 고려 말 정몽주가 이방원의 회유에 단심가(丹心歌)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듯이, 지금도 중국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롱나무로 조상에 대한 변치 않는 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종묘를 비롯한 조상을 모신 전국 곳곳의 사당 마당이나 사당 문 앞에서는 어김없이 배롱나무를 만날 수 있다. 배롱나무는 꽃만이 아니라 껍질이 없는 줄기마저 겉과 속이 같은 아주 특별한 나무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