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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이영자]성큼 다가온 돌봄 로봇 시대

입력 | 2017-07-04 03:00:00


이영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보훈교육연구원 연구부 과장

“내가 나중에 나이 들어 치매에 걸리면 나는 아마 로봇에게 돌봄을 받게 될 거야.”

몇 년 전만 해도 모임에서 이렇게 말하면, 모두 농담처럼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실 말이 그렇지 사람이 아닌 로봇 품에 안겨 돌봄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돌봄 로봇의 등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었다.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수면시간을 조절해주고, 체온 등 건강상태를 점검하여 자동으로 의료진에게 정보를 보내며, 집안일은 물론 책을 읽어주거나 말벗 역할까지 해주는 돌봄 로봇은 생각보다 훨씬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작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요양시설 98곳에 돌봄 로봇 1000대를 투입해 요양을 돕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는데, 노인들의 자립도가 34%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본 정부에서는 요양 시설 등의 부족한 일손을 대체하기 위해 돌봄 로봇을 개발해 활용하도록 유도했지만 비용과 효과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일손 부족 해결과 요양 노인의 자립도 개선이라는 명확한 효과가 나타남에 따라 일본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개호보험에서 돌봄 로봇 도입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치매나 노화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상태가 되더라도 꼭 시설에서가 아니라 평생 지내온 내 집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여 에어컨이나 냉장고처럼 대형 가전제품 시장에 돌봄 로봇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이미 일본에서는 차세대 기간산업의 주요 육성 분야로 돌봄 로봇을 선정하고 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 일본 국내의 수요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등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해외 시장 분석과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는 특히 한 걸음만 늦어도 시장을 선점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며 진행이 더딘 우리의 원격 의료나 로봇의 현장 활용 가능성이 다른 분야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영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보훈교육연구원 연구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