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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입력 | 2017-07-04 03:00:00


영화 ‘사랑을 카피하다’ 결말부 장면. 동아일보DB

10대와 20대 때 좋아했던 사람들이 문득문득 사라져 간다. 작곡가 이영훈 씨가 그랬고, 로빈 윌리엄스가 그랬다. 한 해 전 오늘엔 이란 영화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영화는 모두 서울 새문안로의 한 극장에서 봤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를 그곳 소상영실에서 본 건 15년 전 겨울이다. 엔딩 크레디트 첫머리가 올라오던 순간의 먹먹함이 아직 고스란히 만져진다.

영화주간지 사진에서 보던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얼굴을 실제로 마주한 건 7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사랑을 카피하다’ 언론간담회에서였다. 글 쓰는 남자와 그의 책을 읽은 여자가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만나 하루 동안 ‘부부인 척’ 역할극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역할극 속 남편은 하루걸러 면도하는 습관을 가졌다. 아내는 거듭 그 습관을 타박한다. 시간이 흘러 이 영화를 돌이킬 때면 은근히 거슬리던 그녀의 잔소리부터 또렷이 떠오른다. 주말에 새 면도기를 샀다. 사흘 걸러 면도해도 뭐랄 사람 없지만. 그냥. 면도기가 예뻐서.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