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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툭치니 죽었다” 반성없는 주부 납치범

입력 | 2017-07-05 03:00:00

골프연습장 주부 살해 용의자 조사
“묶어놨더니 숨져” 살인 부인하다 “넘어지면서 잘못됐다” 번복
국과수는 “목졸려 질식사”
트럭-택시-고속버스 번갈아 타며 검문 안받고 부산-대구-서울 이동
사업실패후 작년부터 금품강탈 모의… 50대 부동산업자 노렸다가 실패




“툭 치니까 넘어지면서 잘못됐다.”

경남 창원 골프연습장 40대 주부 납치 살해 사건의 주범 심천우(31)가 경찰 조사에서 이같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심이 미묘하게 진술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반성이나 후회의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5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투입해 심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사이코패스) 여부를 분석할 계획이다.

창원서부경찰서는 4일 심과 애인 강정임(36)을 상대로 범행 동기와 도주 경로 등을 추궁했다. 심은 1차 조사에서 범행 계획의 수립과 실행, 사체 유기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손모 씨(47)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그는 “고성의 폐주유소 2층에 손발을 묶고 입을 막은 손 씨를 감금하고 다른 일을 처리한 뒤 돌아와 보니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은 2차 조사에서 “(손 씨를) 툭 치니까 넘어지면서 잘못됐다”고 진술을 바꿨다. 자신이 손 씨 사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걸 인정한 것이다. 손 씨 사망 당시 심의 6촌 동생(29)과 강은 현장에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손 씨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심은 지금까지 후회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묵묵부답이다. 표정 변화도 없다. 임일규 창원서부서 형사과장은 “심은 죄의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강은 이날 여성 프로파일러 면담 후 태도가 협조적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심은 지난해 초까지 3년간 경남 서부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캐디)으로 일했다. 이후 사업 실패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됐고 수천만 원의 빚도 졌다. 심은 골프장에 출입하는 돈 많은 사람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범행 목표는 골프장에 자주 오는 50대 부동산업자였다. 그의 승용차를 들이받는 위장 사고를 계획했다. 그러나 상대방 차량의 속도가 빨라 포기했다. 그 대신 선택한 범행 대상이 손 씨였다.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값비싸 보이는 손가방을 들고 있어서다.

이들의 도주 행각은 ‘내부 균열’로 꼬리가 밟혔다. 심은 손 씨에게서 뺏은 체크카드를 6촌 동생에게 주며 “700만 원을 뽑아 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가져온 돈은 70만 원. 심은 동생이 돈을 가로챈 것으로 의심해 말다툼을 벌였다. “나는 이제 빠지겠다”는 동생을 함안으로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경찰의 눈에 띄었다.

붙잡힌 동생을 뒤로하고 심과 강은 야산에 2시간가량 숨었다. 27일 새벽 두 사람은 남해고속도로에서 트럭 운전사에게 5만 원을 주고 부산으로 갔다. 모텔 투숙 후 같은 날 오후 택시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28일 오전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동서울터미널에 내렸다. 이어 중랑구 S모텔에 몸을 숨겼다. 영호남을 횡단하고 대중교통으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종단했지만 한 차례도 검문을 받지 않았다. 경찰은 심과 강을 특수감금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5일 창원지법에서 열린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