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성공 선언/묘한 도발 타이밍]한미정상회담 사흘뒤 도발, 의도는
주먹 불끈 쥐고 환호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후 병사들과 함께 환호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은 지금까지 아껴뒀던 ICBM 발사 카드를 가장 극적인 날짜를 선택해 꺼내 드는 것으로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에 상관없이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했다.
○ 4일 발사에 숨은 의도는
4일은 역사적인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4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날에 맞춰 ICBM을 쏘아 올림으로써 “평화를 원한다면 전격적인 남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도 보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한미 정상회담(6월 30일) 사흘 지난 시점에 ICBM을 발사함으로써 핵과 미사일 문제에서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들이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의도 역시 분명히 했다.
아울러 4일은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리고 내부를 결속하는 데에도 유리한 날짜다. 북한이 지난해 새로 제정한 ‘전략군(미사일부대)절’ 다음 날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략군절을 계기로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김정은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다목적으로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하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북한은 어찌됐든 본인들이 가져 왔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2006년 ‘벼랑 끝 전술’과 판박이
11년이 지난 현재의 북한 상황도 2006년과 유사하다. 북한을 옥죄는 사상 최대의 유엔 제재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없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북-미 양자협상을 촉구하지만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북한은 과거에 재미를 본 벼랑 끝 전술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궁지에 몰릴수록 더 강경한 태도로 맞받아쳐 양보를 받아내는 것은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라며 “이번 미사일 발사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ICBM 발사가 미국을 움직이기에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 북한은 조만간 6차 핵실험으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핵실험은 북한 정권 창립일인 9월 9일이나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계기로 ICBM과 결합한 전략무기화를 과시하는 성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도발을 통해 북한은 김정은의 막가파식 행보를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세계적 여론을 만든 뒤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 극적인 상황의 반전을 이루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평화협정을 맺어 체제 안정을 보장받는 것이 북한의 종국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