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야 문신을 패션으로 여길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그래도 한번 새긴 문신은 평생을 간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자자형이 무서운 것은 이 때문이다. 얼굴이나 팔뚝에 ‘도둑’이라는 글자가 새겨지면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했다. 옛날에 자자형 받은 죄인들이 따로 모여 살았던 이유였을 것이다. 서양에 ‘주홍글씨’가 있다면 동양에는 ‘검은 글씨’가 격리의 표시였던 셈이다. 사이버 세상이 활짝 열린 오늘날에는 ‘디지털 주홍글씨’로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많다.
▷기업들이 지원자의 사이버 평판까지 조회하자 취업 준비생들이 문제가 될 만한 과거 인터넷 기록을 찾아 지워달라고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다고 한다. 미국이 비자 신청을 받을 때 지난 5년간 사용한 적이 있는 모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ID)를 내라고 하면서 유학 준비생들도 혹시 의심받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지우느라 법석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인터넷 세상엔 망각이 없다’는 말은 이제 현대의 격언이 될 법하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