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는 온도차가 극명합니다. 한국에서는 평창 겨울올림픽 때 단일팀을 꾸리는 등 남북한 사이에 스포츠 교류를 늘리자며 구애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남북관계를 체육으로 푼다는 건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다”고 발언하는 등 냉담하기만 합니다.
그러면 아래는 어떨까요? 그러니까 실제로 경기장에서 같이 땀 흘리는 남북한 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적어도 지난달 중국 저장(浙江)성 타이저우(台州)시에서 막을 내린 차이니즈컵 국제정구대회 때는 ‘훈훈’ 그 자체였습니다.
사건(?)이 생긴 건 대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23일이었습니다. 북한 대표 서재일(18)이 남자 단식 8강에 출전했는데 다리에 쥐가 나서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예산 문제 등으로 12개국이 참가한 이 대회에 트레이너를 파견하지 않았던 상태. 서재일이 통증이 너무 심해 코트에 주저 앉자 제일 먼저 달려간 건 한국 대표팀 이재성 트레이너였습니다. 이 트레이너는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서재일을 돌봤습니다.
북한 동생이 경기에서 패했으니 이제 한국 형이 나설 차례. 김태민(21·충북대)은 8강에서 서재일을 꺾은 첸쭝원(대만)을 4-3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고 결국 이 대회 정상에 올랐습니다. 유 감독은 “첸쭝원은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노릴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다. 당연히 이번 대회서도 우승 후보 1순위였다. 김태민이 이런 선수를 꺾으면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세워준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한번 맺은 인연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유 감독은 “윤용철 북한 코치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20년 전에 아시아선수권에서 맞붙었던 거 같더라. 그래서 ‘너 용철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형님이 살이 많이 쪄서 긴가민가해서 말을 못 붙이고 있었다’고 하더라”며 웃었습니다. 따로 묻지는 않았지만 그날 호텔방에 남북한 지도자가 나눠 마신 소주병이 적잖이 쌓이지 않았을까요?
‘윗분’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움직이든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물밑에서는 이렇게 일상적인 만남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꼭 남북 단일팀을 꾸리겠다는 명분에 집착하기보다 이렇게 일상적인 접촉을 늘려가는 게 진짜 스포츠 교류 아닐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