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에서 엽총으로 무장하고 한때 아들을 인질로 잡으며 스무 시간 넘게 경찰과 대치한 40대 남성이 체포됐다.
4일 오후 5시경부터 경찰과 대치했던 김모 씨(40·노동)가 23시간 만인 5일 오후 4시경 합천군 대병면 황매산터널 입구에서 무장을 풀고 자수했다. 경찰 및 의경 200여 명이 밤을 새우며 대기했고 터널 주변의 차량통행은 제한됐다. 그러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김 씨는 전날 오전 9시 반경 경남 고성군 영오면 자신의 집을 나와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9세 아들을 훔친 트럭에 태우고 경남 진주 방향으로 향했다. 김 씨는 그 직전 서울의 전처(38)와 전화로 다투다 “아들과 함께 끝장을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곧바로 진주경찰서 진양호지구대에서 자신의 엽총을 찾아 합천 방향으로 향했다. 유해조수포획단이어서 유해조수 구제(驅除)기간에 속하는 이날 엽총을 쉽게 출고할 수 있었다.
오후 10시경 김 씨의 부모와 전처가 현장에 도착해 설득하자 김 씨는 잠시 후 아들을 풀어줬다. 그러나 전처를 트럭 쪽으로 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 씨는 경찰 급습에 대비해 신발 끈으로 엽총 방아쇠를 묶어 총구를 자신에게 향하게 해놓고 밤샘 대치를 이어갔다. 5일 오전에는 케이블보도채널에 전화를 걸기도 했다. 버티던 김 씨는 결국 협상팀의 설득에 무장을 풀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 혐의로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합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