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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장년층 노리는 ‘배 속 시한폭탄’

입력 | 2017-07-06 03:00:00

50대이상 ‘복부대동맥류’ 주의보





지난달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한 80대 여성이 구급차에 실려 왔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할 정도로 건강했던 이 여성은 그날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의료진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사인은 복부대동맥 파열이었다.

중장년층 돌연사의 주범으로 꼽히는 복부대동맥류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동맥인 복부대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다. 정상 혈관은 지름이 2cm인데 3cm가 넘으면 복부대동맥류로 진단한다. 복부대동맥이 파열되면 10명 중 6명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고령화로 매년 복부대동맥류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50대 이상 남성 100명 중 2명은 복부대동맥류에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동경희대병원 조진현 혈관외과 교수팀은 50대 이상 성인 2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의 복부대동맥류 유병률은 2%, 여성은 0.4%였다고 5일 밝혔다. 조 교수팀은 2009∼2012년 3년간 전국 5개 지역 보건소와 협력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했다.


복부대동맥류는 파열 직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배 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가족력, 흡연, 음주, 비만,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흡연이었다. 조 교수팀의 분석 결과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비흡연자 중 복부대동맥류 환자 비율은 0.4%에 불과했지만 흡연자는 무려 8%나 됐다. 다른 변수를 제외한 결과 흡연을 하면 복부대동맥류에 걸릴 위험은 7.4배나 높아졌다. 조 교수는 “담배 속 유해물질이 혈관에 유입되면 염증세포를 활성화시켜 혈관 벽에 손상을 주고 여기에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복부대동맥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복부대동맥류는 50대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오랫동안 혈전 등이 쌓여 혈관이 막히고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복부대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50세 미만 환자는 15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50∼54세 환자는 149명, 55∼59세는 407명, 60∼64세는 820명으로 나이가 들수록 급증했다. 2012년 5722명이던 환자는 지난해 8083명으로 4년간 1.4배로 증가했다.

복부대동맥류 예방은 정기적인 복부초음파 검사가 최선이다. 조기 발견하면 스텐트 삽입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해외에선 65세 이상 남성 중 △평생 담배를 최소 100개비 이상 피웠거나 △직계가족 중 복부대동맥류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정기 무료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조 교수는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라 과거 흡연을 했거나 가족력이 있는 중장년층은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누운 상태에서 명치에서 배꼽 부위를 손으로 깊게 눌렀을 때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복부대동맥류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