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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군 감독 대행 “한화 현장-프런트 다 겪어보니 소통이 최고”

입력 | 2017-07-06 03:00:00

36경기 치른 이상군 감독 대행




원조 에이스에서 재활군, 2군, 1군 코치, 스카우트, 운영팀장을 두루 거쳐 사령탑에 오른 이상군 감독 대행. 4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4연승을 두 차례 이끌며 팀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가고 있다. 한화 제공

이번 시즌 프로야구가 어느덧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반기 한화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성근 감독이 5월 23일 사임한 뒤 이상군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았다. 느닷없이 치른 감독 데뷔전부터 이 감독 대행이 이끈 한화는 내리 4경기를 패했다. 팀은 시즌 최다연패(8연패)에 빠졌고 주변에서는 신임 감독에 대한 하마평만 무성했다. 하지만 그때도 누군가는 팀을 추슬러야 한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내일이 없었죠. 다행히 선수들이 제 모습을 빨리 찾았어요. 마산(5월 27일 NC전)에서 연패를 끊으면서 안정을 찾았습니다.”

프로야구 역사상 50경기 이상을 치른 감독 대행 15명 중 승률 5할을 넘긴 건 5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한화는 김인식, 김응룡, 김성근 감독이 모두 쓰라린 말로를 맞으며 ‘명장 무덤’이라는 오명이 붙지 않았던가. 베테랑 위주로 구성된 선수단과 함께 ‘육성’에 기조를 맞춘 팀의 비전을 추구해야 하는 것도 한화 감독이라면 풀어야 할 난제다.

실타래처럼 꼬인 현실을 받아든 이 감독 대행은 부임 후 36경기에서 16승 1무 19패로 순항했다. 김성근 감독 시절 18승 25패와 비교하면 한결 안정감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강한 야구’를 표방한 이 감독 대행은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한화의 허약한 불펜을 4일 현재 리그 최강으로 꼽히는 NC(4.10), LG(4.44)에 이어 3위(4.56)로 만들었다.

5일 넥센전을 앞두고 고척돔에서 만난 이 감독 대행은 팀의 신구 조화를 강조했다. “한화는 워낙 베테랑이 많은 팀입니다. 베테랑들이 역할을 해줘야 자연스러운 리빌딩도 가능하거든요. 팀은 베테랑들의 경험을 활용해야 하고 어린 선수들은 배워야죠.”

그만큼 2군에서 갓 발탁된 김범수(22), 김재영(24), 이충호(23), 서균(25), 김태연(20) 등 신예의 활약은 이 감독 대행을 웃게 한다. “잘하는 것 보면 좋죠.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도 일으키고요. 1군이든, 2군이든 포지션에 상관없이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서산(한화 2군 훈련장)에 있는 선수들도 희망을 갖고 야구를 할 수 있고….”

이 감독 대행은 뼛속까지 한화의 피가 흐른다는 얘기가 있다. 1985년 빙그레(현 한화)에 1차 지명돼 2017년 감독 대행이 되기까지 한화에서만 투수코치뿐 아니라 스카우트, 재활코치, 2군 팀장, 운영팀장까지 구단 곳곳을 두루 거쳤다. 이런 경력은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현장, 프런트 둘 다 해보니 서로 100% 맞추는 건 불가능하더라고요. 대신 그 갭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죠. 그래서 소통이 더 중요하고요.”

투수코치 경력만 10년이 넘는 그도 감독을 맡고 가장 어려운 일은 어김없이 ‘투수 교체’를 꼽았다.

“‘아, 이 선수를 더 끌고 가? 교체해?’ 이런 상황은 정말 힘들어요. 특히 김범수, 김재영 같은 선수들은 앞으로 선발로 커 나가야 하는데 초반에 좀 안 좋다고 계속 바꾸면 성장할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고. 특히 재영이 같은 경우 잘 던지다가도 확 무너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 것 다 생각하면 많이 힘들어요(웃음).”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