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경기 치른 이상군 감독 대행
원조 에이스에서 재활군, 2군, 1군 코치, 스카우트, 운영팀장을 두루 거쳐 사령탑에 오른 이상군 감독 대행. 4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4연승을 두 차례 이끌며 팀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가고 있다. 한화 제공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내일이 없었죠. 다행히 선수들이 제 모습을 빨리 찾았어요. 마산(5월 27일 NC전)에서 연패를 끊으면서 안정을 찾았습니다.”
프로야구 역사상 50경기 이상을 치른 감독 대행 15명 중 승률 5할을 넘긴 건 5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한화는 김인식, 김응룡, 김성근 감독이 모두 쓰라린 말로를 맞으며 ‘명장 무덤’이라는 오명이 붙지 않았던가. 베테랑 위주로 구성된 선수단과 함께 ‘육성’에 기조를 맞춘 팀의 비전을 추구해야 하는 것도 한화 감독이라면 풀어야 할 난제다.
5일 넥센전을 앞두고 고척돔에서 만난 이 감독 대행은 팀의 신구 조화를 강조했다. “한화는 워낙 베테랑이 많은 팀입니다. 베테랑들이 역할을 해줘야 자연스러운 리빌딩도 가능하거든요. 팀은 베테랑들의 경험을 활용해야 하고 어린 선수들은 배워야죠.”
그만큼 2군에서 갓 발탁된 김범수(22), 김재영(24), 이충호(23), 서균(25), 김태연(20) 등 신예의 활약은 이 감독 대행을 웃게 한다. “잘하는 것 보면 좋죠.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도 일으키고요. 1군이든, 2군이든 포지션에 상관없이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서산(한화 2군 훈련장)에 있는 선수들도 희망을 갖고 야구를 할 수 있고….”
“현장, 프런트 둘 다 해보니 서로 100% 맞추는 건 불가능하더라고요. 대신 그 갭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죠. 그래서 소통이 더 중요하고요.”
“‘아, 이 선수를 더 끌고 가? 교체해?’ 이런 상황은 정말 힘들어요. 특히 김범수, 김재영 같은 선수들은 앞으로 선발로 커 나가야 하는데 초반에 좀 안 좋다고 계속 바꾸면 성장할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고. 특히 재영이 같은 경우 잘 던지다가도 확 무너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 것 다 생각하면 많이 힘들어요(웃음).”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