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 가능한가
태양광전문기업 에너지팩토리의 심정현 대표가 4일 자신이 운영하는 충남 아산시의 태양광발전소에서 태양전지판을 가리키고 있다. 심 대표는 “태양광발전이 들어서면 일사량이 늘어 농사를 망친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태양전지판은 빛을 대부분 흡수하고 아주 소량만 반사한다”고 말했다. 아산=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하지만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신(新)+재생에너지’란 수소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 3종의 신에너지와 태양광 태양열 바이오에너지 풍력 수력 지열 해양 폐기물 등 8종의 재생에너지를 포함한다. 2015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에너지 생산량 중 신에너지 비중이 0.08%, 재생에너지 비중이 4.54%로 둘을 합쳐도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5%에 못 미친다. 그나마 이 중 80% 이상은 폐기물과 바이오연료를 태워 전기를 내는 사실상의 화력발전이다.
○ 친환경에너지인데 환경영향평가 탈락
이곳을 포함해 7곳의 중소규모 발전소를 운영하는 태양광 전문기업 ‘에너지팩토리’ 심정현 대표는 신규 발전설비를 짓기 위해 땅을 샀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갑자기 ‘민가와 500m 거리를 둬야 한다’는 신규 지침을 만들어 건설 불허 통보를 내린 것이다. 도로 땅을 매각한 심 대표에게 이런 경험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는 “한 달 업무의 절반은 땅을 찾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것이 부지 선정이다. 산이 많고 면적 대비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분산(分散)형인 신재생에너지 입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적합한 장소를 찾아도 지역주민들 반발로 지자체 인허가가 불허되기 일쑤다.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신재생에너지가 외려 자연을 훼손한다고 낙제점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래도 태양광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넓은 부지와 큰 시설을 필요로 하는 풍력 지열 해양(조력·파력 등)은 입지 선정이 더 까다롭고 지역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더 힘들다. 흔히 신재생에너지 하면 커다란 풍차를 떠올리지만 국내 신재생에너지 안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력거래가격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2012년 폐지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말한다. 당시 재정 부담을 이유로 폐지하고 그 대신 신재생 의무할당제(RPS·대형 발전사업자 총발전량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의무화한 제도)를 도입했는데, 대형 사업자들이 RPS를 잘 지키지 않아 FIT만 못 하다는 게 이유다. 이에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FIT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 에너지 전환에 드는 비용을 200조 원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부경진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는 “총력을 기울이면 (20%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력요금은 최대 21%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관리 인력, 시스템 변화에 따른 여러 부차적 비용이 든다. 과거 거대 발전단지로 운영되던 화력·원자력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수천, 수만 개의 사업체가 난립하는 형태다. 2015년 기준 전국 신재생에너지 기업체가 473개인데 이들 하나당 발전소 5곳만 운영한다고 해도 2000곳이 넘는 셈. 이런 군소 발전소들이 에너지 공급량의 20%를 차지하게 됐을 때 수급안정성을 담보하려면 전혀 새로운 관리체계와 인력을 구축해야 한다.
산업부는 지난달 29일 산·관·학·연 전문가와 시민단체를 초청해 회의를 열었다. 비교적 도입이 쉬운 태양광과 풍력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보급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내용이었다. 일단 산업부는 태양광발전 입지 선정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지역의 반발을 줄일 다양한 제도를 모색 중이다. 농촌·학교태양광사업이 그 예다. 지역에 태양광사업을 들이는 농·어업인에게 금융 지원을 하고 옥상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학교에 발전기금을 주는 사업인데 올 4월 충북 청주와 충북여고에서 1호 착공식이 열렸다. 2020년까지 각각 농어촌 1만 호, 학교 2500개에 할 계획이다.
주택에 설치하는 자가용 태양광 설비 지원사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1993년 시작해 지난해까지 21만 가구가 자가용 태양광발전을 설치했고 올해는 상반기까지만 4만 명이 신청할 정도로 수요가 늘었다.
아산=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조유라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