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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관] 의자와 한 몸 된 모든 회사원들에게…‘사무원’

입력 | 2017-07-06 15:32:00


김기택 시인의 시집 ‘사무원’ 표지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하였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김기택 시 ‘사무원’ 중



*김기택 시인은 두산BG의 식품구매팀장으로 오래 근무했다. 시와 회사는 도무지 어울리는 것 같지 않지만, ‘사무원’은 그가 회사원이었기에 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의자에 붙어 있어야 하는 ‘고행’, 상사에게 굽실거리며 올리는 ‘백팔배’, 달마다 받는 ‘시주’ 등 회사원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비유들로 가득하다. 오늘도 수행하듯 일터에 들어서는 세상의 모든 회사원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