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 결과가 실린 1999년 7월7일자 동아일보 1면.
영화 ‘네트’(1995년)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주인공(샌드라 불럭)은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피자도, 항공권도 모두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사회생활도 채팅으로 한다. 생활은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 교류가 없는 외톨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해야 하는 때에 이를 확인해줄 사람이 없다. PC통신 시절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으스스했던 기억이 난다.
1999년 7월 7일자 동아일보 1면은 서울에서 열린 ‘체험!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 결과가 실렸다. 인터넷만으로 집에서만 생활하는 게임이었다. 참가자들이 보낸 5박 6일(120시간)은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 사상 최장 생존기간으로 기록됐다. 영화 ‘네트’가 오프라인에서 실현된 셈이었다. 게임을 앞두고 의료진은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48~72시간 내 고비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게임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밝은 표정이었다.
영화 ‘네트’에서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인터넷만으로 지내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사진 제공 동아일보 DB
참가자 박완영 씨는 “인터넷은 이제 남은 인생의 반려자”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은 반려자를 넘어 ‘공기’가 된 것 같다. 영화 ‘네트’의 주인공 같은 사람들은 요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20시간의 서바이벌 게임기록은 당시 기네스북에 올랐지만 이제 이 기록은 의미가 없다. 누군가는 매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