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파리 회고전 이어 겹경사 “고암 이응노는 한국의 피카소…콜라주-조각 등 다양하게 보여줘”
4일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개막한 ‘스위스로 간 이응노’ 전. 이지호 관장(오른쪽)이 학예사들과 함께 벽에 걸린 나무 부조 ‘무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파리서, 대전서… 이응노 회고전
미술계에서는 올해가 확실히 ‘이응노의 해’가 되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퐁피두센터 전시를 계기로 이응노는 한국인으로는 백남준에 이어 세계미술사에 기록되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7개 작품 중 대표작인 ‘무제’는 1967년에 목재 부조 형태로 제작됐다. 이 관장은 이 작품을 통해 거장의 제작 철학을 전해준다. “선생은 작품에 쓰기 위해 산 나무를 베는 법은 없었다고 해요. 예술을 위해 생명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죽은 나무만 활용했죠. 손에 무리가 가는 데도 촉감을 놓치지 않으려 장갑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전시에는 이응노와 당시 교류했던 조르주 마티유 등 유럽 거장의 다수 작품과 이응노의 스위스 활동상을 보여주는 신문기사와 팸플릿, 비디오 등도 선보였다. 8∼9월 중 전시연계 가족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매주 수요일에는 ‘이응노 톡(Talk)’, 화∼일요일에는 도슨트 작품해설을 마련했다.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역에 나붙은 이응노의 ‘군중을 그린 사람들’ 전. 현지 언론들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 “이응노 세계미술사 등극” 기대감
파리 체르누스키 미술관 회고전은 지난달 9일 시작돼 11월 19일까지 열린다. 1950년대부터 1989년까지 이응노의 70개 작품이 9개 섹션에서 나눠 선보인다. 르 피가로 등 현지 언론들은 “20세기 서구와 극동 아시아의 문화적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이응노를 기념하는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고 관심을 보였다.
퐁피두센터의 9월 전시는 이응노를 세계의 거장 반열에 올려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퐁피두센터가 전시를 자체 기획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이 관장은 “이응노는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남겼고 동서양을 넘나들며 양식을 발전시킨 실험성과 시대정신을 반영한 창조성 등 거장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며 “그동안 선생의 작품과 자료를 수집해 연구하면서 그와 교류했던 세계적인 거장들과 공동 전시를 통해 위상을 확인시킨 노력들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