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타 홈런 유리’ 통설이었지만 실제론 발사각도 28~30도 많아 최정, 홈런타구 평균 각도는 30도…모든 인플레이타구도 25도 넘어
타자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최대한 타구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 뜬공혁명의 핵심이다. 뜬공(통상 발사각도 25∼35도의 타구를 의미)보다는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10∼15도)가 좋다는 기존의 믿음이 깨지기 시작한 건 2015년 메이저리그가 도입한 스탯캐스트(타구와 투구 정보를 기록하는 분석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비거리가 길었던 상위 홈런 5개 중 4개의 발사각도는 ‘28∼30도’에 밀집돼 있다.
물론 뜬공이 많다고 해서 전부 홈런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영양가 만점의 뜬공을 만들어내기 위해 중요한 것이 타구각도다. 실제로 군사용 레이저 기술로 투·타구 정보를 알려주는 ‘트랙맨베이스볼’에 따르면 올 시즌 최정의 홈런 평균 발사각도는 뜬공 범주(25∼35도)의 한가운데 속하는 30.17도다. KBO리그 평균인 28.07도보다 2도가량 높다.
심지어 최정의 모든 인플레이 타구의 평균 발사각도(25.33도)가 뜬공의 범주에 속하고 있다. KBO리그의 평균치가 11.92도인 것을 감안하면 왜 최정이 홈런 선두인지가 잘 설명된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홈런 2위 한동민이 어퍼스윙으로 낮은 공을 퍼 올리는 식이라면 최정은 그 자체로 이상적인 타구각도를 만들어내는 스윙을 해왔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자신이 이상적인 타구각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종과 코스를 공략할 줄 알게 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몸통 회전 기술이 발전해 타구 속도를 끌어올리며 이상적인 발사각도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홈런이 늘어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부임한 힐만 SK 감독의 독특한 철학도 최정의 불방망이에 기름을 부었다. SK 관계자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배트를 짧게 잡고 치라는 게 지금까지 일반적인 지침이었다면 힐만 감독은 불리한 볼카운트에도 자신감 있게 자기 스윙을 하도록 주문한다. 땅볼을 칠 바엔 강한 뜬공을 치라는 것이 힐만 감독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홈런에 최적화된 최정은 ‘홈런왕 1순위’라는 주변의 평가에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손사래를 쳤다. 늘 진화하는 ‘홈런 머신’의 변신에는 마침표가 없어 보였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