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논설위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 바란다”고 했을 때 ‘북이 다리를 건넌 지 언젠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곧 북한 지도부 선제타격 훈련을 지시하며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제안한 것에 안도했다.
神의 한 수, 한미동맹
외교안보 전략은 ‘동맹 관리’가 요체다. 국제정치학 명저로 꼽히는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과 현실주의 정치이론가 스티븐 월트(하버드대)의 ‘동맹의 기원’은 모두 동맹관계를 국제정치의 핵심 키워드로 다루고 있다. 동북아 안보 구도는 한미·미일 동맹 대 북-중 동맹이 기본 구조다.
한미동맹 체제 구축은 대한민국 역사의 ‘신의 한 수’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당시 하루빨리 전쟁을 매듭짓고자 했던 미중의 의도를 거부하고 북진통일을 주장했다. 반공 포로를 석방하고 전선에서 군사적 충돌을 촉발시켜 미국과 영국 등을 난감하게 했다. 결국 미국은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휴전협정 체결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받아내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이 없었다면 북의 도발에 맞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안보와 경제건설이 가능했을지, 호시탐탐 북의 야욕 앞에서 민주화가 가능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동맹은 영원불멸한 게 아니라는 것을 동서고금이 증명한다. 스티븐 월트는 ①동맹국 간 외부 위협을 보는 인식이 서로 달라질 때 ②약소국이 강대국을 신뢰하지 않을 때 ③동맹이 국내 정치와 연계될 때 언제든 수명을 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환경평가 등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지적이다.
북핵은 북한 정권의 국시(國是)에 가깝다. 김정은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신의 손발을 묶을 경우 미 본토 타격용 ICBM 실전 배치가 어려울 것이라 보는 듯하다. 그의 속도전에는 김일성식 유격전 요체인 ‘기습’ 전략이 보인다. 소수가 다수에 대항하다 기회를 잡으면 적이 손쓸 새 없이 세차게 몰아붙이는 것이다. 한미 정권 모두 임기 초반이어서 북핵을 공부하며 대응을 고민하는 지금을 공세 적기로 보고 한곳에 집중해 포위망을 돌파한 후 세력을 확장하는 ‘일점돌파 전면전개(一點突破 全面展開)’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응 말고 주도하라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