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공동 언론발표에서 ‘구텐 아벤트(Guten Abend·안녕하세요)’, ‘필렌 당크(Vielen Dank·매우 감사합니다)’라며 독일어로 인사했다. 이 정도야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으니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6·25전쟁 직후 한국에 파견된 독일 의료지원단을 만나 방명록에 ‘Ihre Hilfe bleibt unvergessen(당신들의 도움은 잊혀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이라는 독일어를 남겼다는 데는 놀라운 기분이 든다.
▷문 대통령은 경남고에 다닐 때부터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고 한다. 사법시험 1차 과목에서 외국어로 영어 대신 독일어를 택해 공부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가 어떤 외국어를 택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가 방명록에 남긴 고급스러운 독일어는 물어보고 쓴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미국 가서는 영어 한마디를 하지 않던 그가 독일에서는 애써 독일어를 사용하려 했다는 게 흥미롭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