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영웅 소설 등 호기심 가는 주제의 책부터 읽어라
요즘같이 햇볕이 좋은 날엔 파리의 어느 동네 공원에서도 벤치나 잔디에 누워 책을 읽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 비율이 비슷할 정도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이 여자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나 소설은 전체 독자 10명 중 7명이 여성이다. 1년에 20권 이상 읽는 ‘헤비 리더’는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게 프랑스 출판업자들의 분석이다.
보다 못해, 출판업을 했던 뱅상 모나데 국립도서센터 원장이 5월 ‘어떻게 남자들이 인생에서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사진)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모나데 원장은 아이와 부인을 잘 활용해서 책을 읽는 법, 고전을 쉽게 읽는 법 등을 소개한 뒤 에로틱 소설이나 영웅 소설 등 남성들이 호기심을 갖고 들을 만한 주제로 관련 책들을 추천하고 있다.
모나데 원장은 남성들이 독서에 대해 느끼는 벽을 낮추는 것이 최대 목표다.
그는 첫 장에 “일단 시작해라. 사실 ‘레키프’는 책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도 좋은 시작”이라고 썼다. 레키프는 스포츠 일간지다. 모나데 원장은 “일단 레키프라도 사러 가판대에 가게 되면 같이 진열되어 있는 여러 잡지와 책이 눈에 띌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가 가장 먼저 추천해준 책은 영국 작가 닉 혼비가 펴낸 ‘옐로카드(원제 Fever Pitch)’다. 영국 명문 축구 클럽 아스널의 열성 남성 팬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 모나데 원장은 스포츠, 좀비, SF 영화, 음악 등 남성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를 다 끌어들여 독서에 흥미를 유발하려 애쓴다.
최근 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북유럽의 한 대학이 조사한 결과 10∼15세 사이엔 여자가 남자보다 독서 이해능력이 훨씬 뛰어나지만 16세 이후부터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한다. 책에 흥미가 없던 소년도 청소년기부터는 책에 흥미를 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성인 남성은 말할 것도 없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