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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카페]佛서 출간 ‘어떻게 남자들이 인생에서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

입력 | 2017-07-07 03:00:00

에로틱-영웅 소설 등 호기심 가는 주제의 책부터 읽어라




프랑스인들은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요즘같이 햇볕이 좋은 날엔 파리의 어느 동네 공원에서도 벤치나 잔디에 누워 책을 읽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 비율이 비슷할 정도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이 여자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나 소설은 전체 독자 10명 중 7명이 여성이다. 1년에 20권 이상 읽는 ‘헤비 리더’는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게 프랑스 출판업자들의 분석이다.

과거에는 ‘나쁜 남성 장르’로 꼽히던 탐정소설, 스릴러, 만화책 역시 점점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프랑스를 강타한 스위스 작가 조엘 디케르의 추리 소설 ‘아리 케베르 사건의 진실’에 열광한 계층은 주로 프랑스 10대 소녀였다.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로랑 비네는 “소설도 원래 처음에는 대부분 남자가 읽었지만 점점 여성화된 것”이라며 “지금은 여성을 겨냥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 독자뿐 아니라 출판 에디터도, 출판업자도, 책 관련 블로거도 거의 여성이다.

보다 못해, 출판업을 했던 뱅상 모나데 국립도서센터 원장이 5월 ‘어떻게 남자들이 인생에서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사진)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모나데 원장은 아이와 부인을 잘 활용해서 책을 읽는 법, 고전을 쉽게 읽는 법 등을 소개한 뒤 에로틱 소설이나 영웅 소설 등 남성들이 호기심을 갖고 들을 만한 주제로 관련 책들을 추천하고 있다.

모나데 원장은 남성들이 독서에 대해 느끼는 벽을 낮추는 것이 최대 목표다.

그는 첫 장에 “일단 시작해라. 사실 ‘레키프’는 책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도 좋은 시작”이라고 썼다. 레키프는 스포츠 일간지다. 모나데 원장은 “일단 레키프라도 사러 가판대에 가게 되면 같이 진열되어 있는 여러 잡지와 책이 눈에 띌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가 가장 먼저 추천해준 책은 영국 작가 닉 혼비가 펴낸 ‘옐로카드(원제 Fever Pitch)’다. 영국 명문 축구 클럽 아스널의 열성 남성 팬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 모나데 원장은 스포츠, 좀비, SF 영화, 음악 등 남성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를 다 끌어들여 독서에 흥미를 유발하려 애쓴다.

그는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남자아이들의 경우 12∼14세 사이에 독서와 급속도로 단절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10세 안팎부터 남자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면서 책을 읽어야 할 시기를 놓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북유럽의 한 대학이 조사한 결과 10∼15세 사이엔 여자가 남자보다 독서 이해능력이 훨씬 뛰어나지만 16세 이후부터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한다. 책에 흥미가 없던 소년도 청소년기부터는 책에 흥미를 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성인 남성은 말할 것도 없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