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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의 트렌드 읽기]변덕스러운 장마가 기쁜 날씨 산업

입력 | 2017-07-07 03:00:00


올해 장마의 특징은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날씨 예보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장마를 예보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우리 동네는 소나기 몇 번, 흐리다 햇볕 나기를 반복한다’라며 기상청을 다시 ‘구라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기상 예보 시스템의 성능지수는 세계 4위 수준이라고 한다.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기상 변화를 추적하는 나라도 한국을 포함해 13개국에 불과하다. 슈퍼컴퓨터로 운용하는 전 지구 모델이라는 수치 예보 시스템이다.

한반도에는 7월에 13∼16일 비가 내리고 280∼300mm 정도의 강수량을 보인다. 기상청은 올해도 이런 규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274.9mm의 강수량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의 강수량, 강우일수, 평균 최고기온 등을 비교해 보면 2014, 2015년에는 규칙에서 크게 벗어났다. 2014년에는 매우 적은 비(152.7mm)가 왔고 2015년(180mm)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수일수는 다른 해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강수량이 절반이니 장마라는 말을 붙이기도 부끄럽다. 날씨 예보의 정확도는 이렇게 변칙적일 때 더 떨어진다. 그래서 2014년 장마철의 예보 정확도는 27.9%라는 신기록을 남겼다. 세계 4위의 예보 시스템으로 이룩한 성취가 이 정도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지구 온난화 같은 기후 변동과 변칙 속에서 날씨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물론이고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책정하고 인공지능 같은 최신 기술을 동원하고자 한다. 그런데 날씨 예보는 이제 국가가 아니라 기업의 영역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갈수록 수요자 중심의 정밀한 정보 제공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날씨 예보를 산업화하는 동력이 된다.

예컨대 세계적인 컴퓨터 기업인 IBM은 기상 데이터를 토대로 민간 기업에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웨더컴퍼니라는 회사를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리고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을 결합해 수백만 개의 센서가 대기권에서 보내오는 데이터를 활용해 날씨 변화의 패턴에 도전했다. 그들에 따르면 왓슨은 이 데이터들을 공부한 뒤 해저 온도가 대기권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패턴을 찾아냈고, 날씨 예보의 정확성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덕택에 IBM 일본법인은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날씨 예보 서비스를 2017년 3월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의 기상 산업 자료를 보면 몇 년째 특별한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어 세계적인 트렌드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날씨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도 있다. 사람들은 위치를 기반으로 한 ‘내 머리 위의 날씨 변화’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 강릉으로 휴가를 떠나기 좋은 등등의 개인별 맞춤화된 날씨 예보 시장도 덩달아 성장할 것이다. 장마철의 짜증과 변덕스러운 날씨의 예측 불가능성은 날씨 산업의 미래에 맑음 스위치를 켜고 있는 것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