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고뇌하는 김응권 총장(2016년)
셀카는 자신만의 특징과 매력을 표현해 ‘자기만족’을 준다. 인물 사진은 피사체의 특징을 잡아내는 게 중요하기에 셀카에 만족했다면 어떤 유명 사진가가 찍은 사진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다. 반면 프로의 사진은 전시, 판매, 보도를 목적으로 하기에 평자(評者)가 한둘이 아니다.
생명력이 긴 인물 사진은 모습에 있지 않고 마음을 찍는 것에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게 가장 어려운 사진은 인물 사진이다. 사람을 찍는 것은 힘들게 산을 하나 넘었더니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는 격이다. ‘대충 찍을까’ 대신 ‘열심히 찍자’를 선택하며 더 높은 산을 넘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아까웠을 뿐 아니라 산을 넘으며 어느 수준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권위로 감싸인 대학총장 대신 인간적인 모습을 찍고 싶었다. 인물 사진의 첫 단계는 ‘마음 열기’인데 여러 번에 걸친 그와의 만남 끝에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의식하지 않으니 솔직한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찍었던 많은 사진 중에 고민하는 듯한 모습의 사진을 골랐다. 캠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안경을 벗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의 고민이 전해져 왔다. 안쓰러운 마음과 응원하는 마음으로 찍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