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베를린 구상’]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 시간) 베를린 옛 시청사인 ‘알테스 슈타트하우스’에서 열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있다. 베를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핵·미사일 동결이 시작, 평화협정이 끝’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을 제거하는 것 외에 북한의 체제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고,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단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베를린 구상’에 대해 “통일을 이룩한 위대한 국민인 독일 국민들 앞에서 북한을 향해 절실한 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의 호응이 관건
그러나 ‘베를린 구상’의 결정적 조건은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 여부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도발을 이어간다면 문 대통령의 구상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당초 연설문 초안에는 북핵에 대한 원론적 언급만 담겼지만 북한이 전격적으로 ICBM 시험발사를 감행하면서 북한을 질타하는 내용의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도,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걷어차는 것도 오직 북한이 선택할 일”이라고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냐’는 질문에 “강도 높은 제재 압박의 궁극적 목표는 북핵 폐기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로 (북한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 “이번 추석에 이산가족 성묘”
북한에 대한 압박 속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산가족 성묘를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대화 국면 조성을 위해 민간 교류부터 물꼬를 트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15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제안했던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재차 꺼내 들었다. 목포·여수·인천과 개성, 해주를 잇는 서해축과 부산과 나진·선봉을 잇는 동해축을 중심으로 남북 경제공동체를 꾸려가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끊겼던 남북 철도는 다시 이어질 것”이라며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동북아 협력사업들도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베를린=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