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재판]재판부, 정황증거로만 채택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6일 이 부회장 등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수첩에 기재된 바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진술증거로서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종범 수첩’의 내용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처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것을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어 “수첩이 존재한다는 자체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대화가 있었다는 점은 진정성과 관계없이 간접사실로서 정황증거로는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 전 수석 등의 직권남용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도 ‘안종범 수첩’을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로 채택했다.
안 전 수석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에게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앞서 4일 재판에서 했던 증언과 차이가 없었다.
또 삼성 측 변호인의 “만약 대통령에게서 합병 관련 지시를 받았거나 청와대 회의에서 합병이 언급됐다면 수첩에 최소한 한 번이라도 합병이라고 썼겠죠”라는 질문에 안 전 수석은 “그렇다. 지시를 들었다면 썼을 텐데 기재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상목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등에게 합병에 대한 찬성 반대 등 방향성 있는 지시를 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