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문재인, 주요국 정상들과의 관계는
“이번 회담의 특징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정상회담에 참석한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강하게 희망했던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탄핵, 촛불시위, 한국의 민주주의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평소 독일에 관심이 많은 문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답하면서 회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과 이어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외교 무대에 데뷔한 문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들과 때로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때로는 긴장된 분위기에서 정상외교를 펼쳤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 전부터 분단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탄핵 및 촛불시위를 거쳐 대선에서 승리한 문 대통령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도 취임 이후 특사단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유럽연합(EU)의 양극화 불평등, 복지 확대, 사회적 대타협 등의 경험을 벤치마킹하라”고 지시했다. 독일은 EU의 중심 국가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 법 체계가 독일법 체계에 영향을 많이 받은 점도 문 대통령의 독일에 대한 오랜 관심의 배경”이라며 “독일식 비례대표제, 탈(脫)원전 정책 등 문 대통령의 주요 국정 정책 중에도 독일과 연관이 있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독일 순방 일정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에 많은 신경을 썼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북핵 문제라는 주요 이슈를 양국 정상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한중 정상회담은 시작부터 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 정상이 이견을 보였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참석자 누구도 웃지 않는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작했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는 시 주석의 말에 문 대통령도 우리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면서 분위기가 풀렸다”며 “동시통역으로 75분 동안 진행됐다는 건 통상적인 정상회담으로는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데 적극 공감했고 곧 다시 만나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뜨거웠지만 솔직한 회담장 분위기에 양국 정상이 악수를 나누고 회담을 마쳤을 때 우리 측 참석자 한 명이 일어나 박수를 칠 정도였다고 한다.
사실 문 대통령이 대선 전후로 가장 많이 착용한 색은 파란색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이기도 한 파란색을 문 대통령은 선호했고,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두 정상이 나란히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특히 7일 열린 한미일 정상 만찬에서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빨간색 넥타이를 매 궁합을 맞췄다. 문 대통령이 계속해서 빨간 넥타이를 매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무거운 현안을 다뤄야 하는 주요 국가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분석이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강인한 인상을 보여주고 싶을 때 빨간 넥타이를 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2012년 11월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TV토론 때가 대표적이다.
7일 한미일 정상 만찬은 별도의 사전 환담 없이 곧바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두 번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처음 만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진지하면서도 허심탄회한 협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베를린·함부르크=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