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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점제 비율 40→50% 검토… 청약 쇼핑족 막는다

입력 | 2017-07-08 03:00:00

청약제도 손질 방안은





정부가 7일 청약제도 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은 ‘6·19부동산대책’으로는 수도권 등의 청약시장 열기를 진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분양권 전매 금지 등을 담은 6·19대책 발표 이후에도 수도권의 새 아파트는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 마감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약제도가 개선되면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급 확대 방안이 여전히 빠져 있어 ‘반쪽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장관은 올해 안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진행할 100개 지역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 “최대 2년 지나야 청약 1순위”

현재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필요한 청약통장은 수도권은 가입 1년, 지방은 6개월이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전국의 1순위 자격을 가진 예비 청약자는 약 1308만 명으로 전체 통장 가입자(2216만 명)의 절반을 웃돈다.

국토부는 이처럼 1순위 문턱이 낮은 상황에서는 투기 수요가 쉽게 뛰어들 수 있고 무주택 서민층이 청약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 장관은 “청약통장을 만들어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단기 투기 수요가 과열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1순위 자격 요건을 지역 구분 없이 통장 가입 1년으로 통일하거나 과거처럼 2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도 높아진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최고 32점)과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을 점수로 매긴 뒤 총점이 높은 순으로 당첨되는 식이다. 현재 전용면적 85m² 초과인 중대형 아파트는 가점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과 경기 7개 시 등 ‘청약조정 대상 지역’에서 전용 85m² 이하인 중소형 아파트의 40%가 가점제로 당첨이 결정된다. 국토부는 이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비율을 얼마나 높일지, 지역별로 차등 적용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중 개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안이 청약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지금은 당첨 1년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는데 앞으로는 힘들어질 것”이라며 “특히 청약조정 대상 지역은 5년간 재당첨 제한도 있어 투자 목적의 청약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약 수요를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정부가 주택 공급을 억제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동시에 줘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며 “아울러 무주택 서민이 집을 살 수 있도록 분양가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올해와 내년 서울의 주택 공급은 과거 10년 평균보다 1만 채 이상 많다”며 주택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 올해 도시재생 100곳 추진

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내건 ‘다주택 투기 세력과의 전쟁’ 방침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택을 다수 보유할 수 있지만 세입자와 집주인의 권리는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다주택자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발의돼 있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제 도입에 앞서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를 먼저 정착시키는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과 관련해서는 “올해 말까지 100개 지역을 선정해 시범 사업을 하려고 한다”며 “하려는 곳이 줄을 섰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지역마다 처한 현실이 다르고 주민들이 원하는 모델도 다르다”며 “5년간 500개 사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500가지 모양을 가질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임수 imsoo@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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