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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섬&성 ‘판타지 앙상블’

입력 | 2017-07-08 03:00:00

캐나다의 보석 오타와-사우전드아일랜드




오대호에서 흘러나와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세인트로렌스강이 시작되는 호반 도시 킹스턴 근방에는 이렇듯 멋진 사우전드아일랜드 국립공원이 강상과 1800여 개 섬에 펼쳐진다. 정면이 하트아일랜드의 볼트캐슬이고 그 뒤로 보이는 다리가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사우전드아일랜드국제대교다. 캐나다관광청 제공

7월 1일은 캐나다데이(Canada Day). 4개 주(온타리오 퀘벡 뉴브런즈윅 노바스코샤)의 연방 결성으로 캐나다가 태어난 날이다. 그게 1867년. 올해는 15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다. 그래서 그날 축하행사는 보기 드물게 화려했다. 그중에서도 초점은 연방수도인 오타와(온타리오주). 오후 11시 10분부터 20분간 팔러먼트힐(의사당 대법원 총리집무실 등이 밀집한 곳) 하늘에서 무려 1만5000발의 폭죽이 터졌다. 오타와 행사의 인기는 객실 가격 폭등을 통해 가늠된다. 열흘 전 머물 당시 200달러였던 객실이 이날은 1000달러를 넘겼다.

캐나다에 가본 이는 많다. 하지만 캐나다 역사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속속들이 파고들면 이렇듯 복잡한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그간 주인이 여러 번 바뀌어서다. 애초엔 1만1000년 전 빙하기가 물러간 직후 얼음천지 베링해협을 걸어서 건넌 아시아계 원주민(First Nation)이었다. 그게 콜럼버스 당도(1492년) 후엔 16세기부터 350여 년간 프랑스와 영국, 미국의 각축장이 됐다. 처음엔 프랑스, 종내는 영국이 차지했다. ‘영국령 북미(BNA·British North America·1783∼1907년)라는 영국 식민지로 낙착된 것이다. 입헌군주국으로 독립한 건 1867년. 영국의회가 영연방자치령으로 풀어준 것이다. 지금도 여왕이 파견한 총독(Governor)이 캐나다의 명목상 수장인 것은 그 때문. 물론 통치는 의회가 한다.

오타와 강변의 오타와는 리도운하로 연결된 195km 남쪽의 온타리오 호반도시 킹스턴과 역사를 공유한다. 킹스턴은 연방 결성 26년 전(1841년) 최초로 지정된 수도. 이후엔 몬트리올(1844년)을 거쳐 현재의 오타와(1857년)로 확정됐다. 그런 세 차례 이전의 배경, 강 건너 미국이다. 세인트로렌스강을 통한 도시 간 물자 수송을 중간에서 차단해 킹스턴을 몬트리올로부터 고립시킨 뒤 침략하겠다는 게 19세기 미국의 전략이어서다. 리도운하는 그에 대비한 군사시설이었다. 킹스턴∼오타와∼몬트리올로 세인트로렌스강을 우회하는 인공 수로다.

킹스턴에선 강 건너로 미국 뉴욕주가 보인다. 그리고 근방엔 강을 가로질러 두 나라를 잇는 사우전드아일랜드 국제대교가 있다. 세인트로렌스강엔 이런 다리가 5개 있는데 이건 그중 첫 번째. 그 이름은 강상에 포진한 ‘사우전드아일랜드(Thousand Islands)’라는 1800여 개 섬(3분의 2가 캐나다 영토)에서 왔다. 두 나라는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총칼을 맞대고 으르렁댔다. 물론 지금은 경제·군사공동체로 한 나라처럼 사이가 좋지만. 킹스턴에서 캐나다 깃발을 달고 출항한 유람선이 제재 없이 미국 수역의 섬 주변을 항행하는 사우전드아일랜드 크루즈가 그걸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오타와와 킹스턴으로 안내한다.



오타와&가티노:
평지의 오타와를 하늘서 내려다보면 숲 한가운데 동네다. 거기로 오타와강이 흐르고 리도운하가 숲을 가른다. 강 건너는 퀘벡주의 가티노(Gatineau)시. 알다시피 퀘벡주는 프랑스어를 쓰며 두 차례(1980, 1995년)나 독립 가부 투표를 제기했던 주다. 그런 독립 열정은 17세기 캐나다의 프랑스 식민지를 이르는 ‘뉴프랑스’의 유산. 영국에 합병돼 캐나다의 한 주가 됐지만 여전히 뉴프랑스로 독립하길 원한다.

그렇다 보니 퀘벡주는 연방의 이단아처럼 보인다. 언어정책을 보자. 캐나다에선 프랑스어와 영어가 공식 언어지만 퀘벡주는 프랑스어만 인정한다. 강 건너 가티노시에서 그 현실을 체감한다. 말이 프랑스어로 바뀌는 건 물론이고 도로 이정표 등 모든 공공 안내판도 프랑스어다. 술집 영업 종료 시간도 다르다. 온타리오주는 오전 2시지만 퀘벡주는 1시간 더 길다. 캐나다엔 주(州) 간 주류운반제한법이 있다. 다른 주에 일정량 이상의 술을 가져갈 수 없다. 퀘벡과 온타리오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강 건너 가티노공원은 들를 만하다. 숲으로 뒤덮인 공원 면적(363km²)이 서울의 절반을 넘는다. 자전거 타기, 마라톤, 조깅, 카누 타기, 캠핑은 물론이고 한겨울엔 알파인과 노르딕 스키도 즐긴다.

오타와 최고 명소라면 단연 바이워드(Byward) 마켓이다. ‘바이’ 지역 시장이란 이 이름, 리도운하 공사(1826∼1832년)를 진두지휘한 영국 공병대 존 바이 대령에게서 따왔다. 당시 토목 공사판의 인부들이 일과를 마치고 즐기던 환락가가 그 모태다. 벽돌조의 시장 건물은 당시 모습 그대로다. 낮엔 시장이 서고 밤엔 펍과 식당이 늦도록 불을 밝히는 유흥가로 변한다. 여기 명물은 ‘비버 테일(Beaver Tail)’이라는 페이스트리(빵). 길쭉한 도넛 위에 초콜릿 등을 얹은 것인데 모양이 비버 꼬리를 닮았다. 한겨울 얼어붙은 리도운하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 즐겨 먹는 간식이다. 2009년 2월 팔러먼트힐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공항으로 가던 도중 들러서 먹고 갔을 정도다. 오타와에는 대학이 두 개나 있다. 그래서 연방수도의 정부타운인데도 주말이면 새벽까지 엘긴(Elgin)가에 도열한 펍이 젊은이들로 흥청댄다.

오타와 관광은 팔러먼트힐을 중심으로 시내에 국한된다. 볼거리는 리도운하와 신고딕 양식의 19세기 건축물 집단인 팔러먼트힐, 왕립 기마경찰대의 위병 교대식, 밤마다 팔러먼트힐의 중앙 건물에 레이저 조명을 투사해 캐나다 역사를 보여주는 ‘모자이카(Mosaika)’라는 조명음악 쇼(무료)가 일반적이다. ‘캐나다문명박물관’도 명소다. 캐나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내용을 보여주는데 어린아이도 쉽게 이해하도록 꾸며 외국인에게도 편리하다. 도심 산책은 리도운하 옆 리도센터(쇼핑몰)에서 시작한다. 시내는 걸어 다니며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하다.

온타리오호반의 내륙 항구 도시 킹스턴의 도심은 늘 여유작작하다. 여직 건재한 18, 19세기 건물들로 인해 분위기는 이렇듯 로맨틱하다. 킹스턴(캐나다 온타리오호)에서 summer@donga.com

킹스턴: 오타와 서남쪽의 호반도시 킹스턴까지는 고속도로로 195km. 자동차로 두 시간쯤 걸린다. 4년간 캐나다연방 수도였지만 도시는 자그마하다. 분위기는 세인트로렌스강이 시작되는 온타리오 호숫가의 항구도시라 로맨틱하다. 도심은 18, 19세기 건축물 덕분에 전체적으로 고즈넉한 느낌. 반면 호반엔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여유로운 은퇴자가 유유자적하는 고급 아파트다. 킹스턴의 위치는 리도운하가 호수로 유입되는 지점. 운하 출구의 물 건너편엔 널찍한 둔덕이 보인다.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1832년에 구축한 ‘헨리 요새(Fort Henry)’로 육군사관학교가 있다.

킹스턴 역시 산책하는 느낌의 도보 여행으로 도심을 둘러본다. 핵심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돔 건물인 시청과 길 건너 호반의 컨페더레이션파크(연방공원). ‘T’자형 석회암 건물로 이뤄진 시청은 킹스턴이 수도였을 당시의 위엄을 표출한다. 공원에선 물새가 산책객과 어울린다. 시청 맞은편에 옮겨온 킹스턴 철도역사엔 관광안내소가 있고 그 뒤엔 증기기관차 한 대가 전시 중. 이 도시에 있던 대규모 공작창을 상징하는 유산이다. 특별한 볼거리는 없어도 고급스러운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이 내륙 항구는 잔잔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여행자가 킹스턴을 찾는 첫 번째 이유는 사우전드아일랜드 유람선을 타기 위해서다. 물론 선착장은 여기 외에도 많다. 사우전드아일랜드 파크웨이라는 강변경관도로 변의 가나노크, 록포트, 아이비리 등등. 한국인 단체여행객은 주로 록포트에서 승선한다.

사우전드아일랜드: 세인트로렌스강은 빙하의 산물. 오대호와 더불어 이 지대를 덮었던 빙하가 장구한 세월 동안 서쪽으로 흐르며 깎아낸 화강암반의 흔적이 이 강이다. 수원은 오대호. 오대호의 수량은 엄청나다. 지난 1만 년의 강수량이 빙하 녹은 물로 채워진 전체 수량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다. 1800여 개 섬은 그런 빙하침식지대의 돌출부. 그런데 그 풍경이 독특하다. 섬마다 별장이 들어서서다. 냉장고나 에어컨이 없던 20세기 초 뉴욕의 부호들은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여길 찾았다. 별장은 그런 그들의 유산. 주인은 보트로 오가며 섬에서 낚시를 하고 휴가를 즐겼다. 사우전드아일랜드 유람선 여행은 멋진 별장이 들어선 크고 작은 섬의 강을 주유하며 그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 중 백미는 하트(Heart)섬의 볼트(Boldt)성이다. 주인 조지 볼트(1851∼1916)는 뉴욕 중심가의 세계 최고급 월도프애스토리아 호텔 총지배인이면서 필라델피아에 자기 호텔(현재 파크하이엇)을 세웠던 자수성가의 백만장자 호텔리어였다. 그는 부인의 생일선물로 이 섬에 미국에서 가장 큰 별장을 중세 성처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1904년 부인이 느닷없이 병사했다. 낙심한 그는 공사를 중단시켰고 볼트성은 그렇게 버려졌다. 섬은 미국 영토다. 그래서 상륙하려면 여권이 필요하다. 한 시간짜리 유람선은 섬을 한 바퀴 돌며 외양만 보여준 뒤 떠난다. 세 시간짜리 투어라야 섬에 내려 둘러볼 수 있다.
 

▼분홍빛깔 마법의 드레싱 ‘사우전드아일랜드’, 이곳에서 나왔네▼

현지 가이드의 비밀 레시피… 여배우 어윈이 맛본후 뉴욕 호텔에 소개


샐러드드레싱 중에 ‘사우전드아일랜드’라 불리는 것이다. 마요네즈에 토마토케첩을 넣고 파슬리 등을 잘게 썰어 넣은 분홍색이다. 이게 이 세인트로렌스강의 사우전드 아일랜드에서 유래했음을 아는 이는 드물다. 애초 이 레시피를 개발한 이는 미국 쪽 강변마을 클레이턴에 사는 소피아 라롱드다. 그녀는 낚시가이드를 하는 남편이 데려온 손님에게 저녁을 제공하며 이 소스를 만들었다.

그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 이걸 맛본 여배우 메이 어윈 덕분. 그녀는 자기가 묵던 근처 호텔(헤럴드하우스)에 이걸 가져가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해서 먹었다. 뉴욕에 돌아가서는 월도프애스토리아 호텔의 총지배인 조지 볼트에게 소개했다. 그게 볼트에 의해 수석웨이터 오스카 처키에게 주어졌고 1894년 이 호텔 메뉴에 오르게 됐다. 월도프 샐러드의 드레싱으로.

따라서 최초로 이 드레싱을 낸 식당은 헤럴드하우스, 최초로 메뉴에 올린 곳은 월도프애스토리아 호텔이다.  시카고의 블랙스미스 호텔이란 설도 있다. 이 샐러드는 월도프애스토리아 호텔의 레스토랑 ‘오스카’에서 맛본다.

킹스턴(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