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보석 오타와-사우전드아일랜드
오대호에서 흘러나와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세인트로렌스강이 시작되는 호반 도시 킹스턴 근방에는 이렇듯 멋진 사우전드아일랜드 국립공원이 강상과 1800여 개 섬에 펼쳐진다. 정면이 하트아일랜드의 볼트캐슬이고 그 뒤로 보이는 다리가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사우전드아일랜드국제대교다. 캐나다관광청 제공
캐나다에 가본 이는 많다. 하지만 캐나다 역사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속속들이 파고들면 이렇듯 복잡한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그간 주인이 여러 번 바뀌어서다. 애초엔 1만1000년 전 빙하기가 물러간 직후 얼음천지 베링해협을 걸어서 건넌 아시아계 원주민(First Nation)이었다. 그게 콜럼버스 당도(1492년) 후엔 16세기부터 350여 년간 프랑스와 영국, 미국의 각축장이 됐다. 처음엔 프랑스, 종내는 영국이 차지했다. ‘영국령 북미(BNA·British North America·1783∼1907년)라는 영국 식민지로 낙착된 것이다. 입헌군주국으로 독립한 건 1867년. 영국의회가 영연방자치령으로 풀어준 것이다. 지금도 여왕이 파견한 총독(Governor)이 캐나다의 명목상 수장인 것은 그 때문. 물론 통치는 의회가 한다.
오타와 강변의 오타와는 리도운하로 연결된 195km 남쪽의 온타리오 호반도시 킹스턴과 역사를 공유한다. 킹스턴은 연방 결성 26년 전(1841년) 최초로 지정된 수도. 이후엔 몬트리올(1844년)을 거쳐 현재의 오타와(1857년)로 확정됐다. 그런 세 차례 이전의 배경, 강 건너 미국이다. 세인트로렌스강을 통한 도시 간 물자 수송을 중간에서 차단해 킹스턴을 몬트리올로부터 고립시킨 뒤 침략하겠다는 게 19세기 미국의 전략이어서다. 리도운하는 그에 대비한 군사시설이었다. 킹스턴∼오타와∼몬트리올로 세인트로렌스강을 우회하는 인공 수로다.
오타와&가티노: 평지의 오타와를 하늘서 내려다보면 숲 한가운데 동네다. 거기로 오타와강이 흐르고 리도운하가 숲을 가른다. 강 건너는 퀘벡주의 가티노(Gatineau)시. 알다시피 퀘벡주는 프랑스어를 쓰며 두 차례(1980, 1995년)나 독립 가부 투표를 제기했던 주다. 그런 독립 열정은 17세기 캐나다의 프랑스 식민지를 이르는 ‘뉴프랑스’의 유산. 영국에 합병돼 캐나다의 한 주가 됐지만 여전히 뉴프랑스로 독립하길 원한다.
그렇다 보니 퀘벡주는 연방의 이단아처럼 보인다. 언어정책을 보자. 캐나다에선 프랑스어와 영어가 공식 언어지만 퀘벡주는 프랑스어만 인정한다. 강 건너 가티노시에서 그 현실을 체감한다. 말이 프랑스어로 바뀌는 건 물론이고 도로 이정표 등 모든 공공 안내판도 프랑스어다. 술집 영업 종료 시간도 다르다. 온타리오주는 오전 2시지만 퀘벡주는 1시간 더 길다. 캐나다엔 주(州) 간 주류운반제한법이 있다. 다른 주에 일정량 이상의 술을 가져갈 수 없다. 퀘벡과 온타리오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강 건너 가티노공원은 들를 만하다. 숲으로 뒤덮인 공원 면적(363km²)이 서울의 절반을 넘는다. 자전거 타기, 마라톤, 조깅, 카누 타기, 캠핑은 물론이고 한겨울엔 알파인과 노르딕 스키도 즐긴다.
오타와 최고 명소라면 단연 바이워드(Byward) 마켓이다. ‘바이’ 지역 시장이란 이 이름, 리도운하 공사(1826∼1832년)를 진두지휘한 영국 공병대 존 바이 대령에게서 따왔다. 당시 토목 공사판의 인부들이 일과를 마치고 즐기던 환락가가 그 모태다. 벽돌조의 시장 건물은 당시 모습 그대로다. 낮엔 시장이 서고 밤엔 펍과 식당이 늦도록 불을 밝히는 유흥가로 변한다. 여기 명물은 ‘비버 테일(Beaver Tail)’이라는 페이스트리(빵). 길쭉한 도넛 위에 초콜릿 등을 얹은 것인데 모양이 비버 꼬리를 닮았다. 한겨울 얼어붙은 리도운하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 즐겨 먹는 간식이다. 2009년 2월 팔러먼트힐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공항으로 가던 도중 들러서 먹고 갔을 정도다. 오타와에는 대학이 두 개나 있다. 그래서 연방수도의 정부타운인데도 주말이면 새벽까지 엘긴(Elgin)가에 도열한 펍이 젊은이들로 흥청댄다.
온타리오호반의 내륙 항구 도시 킹스턴의 도심은 늘 여유작작하다. 여직 건재한 18, 19세기 건물들로 인해 분위기는 이렇듯 로맨틱하다. 킹스턴(캐나다 온타리오호)에서 summer@donga.com
킹스턴 역시 산책하는 느낌의 도보 여행으로 도심을 둘러본다. 핵심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돔 건물인 시청과 길 건너 호반의 컨페더레이션파크(연방공원). ‘T’자형 석회암 건물로 이뤄진 시청은 킹스턴이 수도였을 당시의 위엄을 표출한다. 공원에선 물새가 산책객과 어울린다. 시청 맞은편에 옮겨온 킹스턴 철도역사엔 관광안내소가 있고 그 뒤엔 증기기관차 한 대가 전시 중. 이 도시에 있던 대규모 공작창을 상징하는 유산이다. 특별한 볼거리는 없어도 고급스러운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이 내륙 항구는 잔잔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여행자가 킹스턴을 찾는 첫 번째 이유는 사우전드아일랜드 유람선을 타기 위해서다. 물론 선착장은 여기 외에도 많다. 사우전드아일랜드 파크웨이라는 강변경관도로 변의 가나노크, 록포트, 아이비리 등등. 한국인 단체여행객은 주로 록포트에서 승선한다.
사우전드아일랜드: 세인트로렌스강은 빙하의 산물. 오대호와 더불어 이 지대를 덮었던 빙하가 장구한 세월 동안 서쪽으로 흐르며 깎아낸 화강암반의 흔적이 이 강이다. 수원은 오대호. 오대호의 수량은 엄청나다. 지난 1만 년의 강수량이 빙하 녹은 물로 채워진 전체 수량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다. 1800여 개 섬은 그런 빙하침식지대의 돌출부. 그런데 그 풍경이 독특하다. 섬마다 별장이 들어서서다. 냉장고나 에어컨이 없던 20세기 초 뉴욕의 부호들은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여길 찾았다. 별장은 그런 그들의 유산. 주인은 보트로 오가며 섬에서 낚시를 하고 휴가를 즐겼다. 사우전드아일랜드 유람선 여행은 멋진 별장이 들어선 크고 작은 섬의 강을 주유하며 그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 중 백미는 하트(Heart)섬의 볼트(Boldt)성이다. 주인 조지 볼트(1851∼1916)는 뉴욕 중심가의 세계 최고급 월도프애스토리아 호텔 총지배인이면서 필라델피아에 자기 호텔(현재 파크하이엇)을 세웠던 자수성가의 백만장자 호텔리어였다. 그는 부인의 생일선물로 이 섬에 미국에서 가장 큰 별장을 중세 성처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1904년 부인이 느닷없이 병사했다. 낙심한 그는 공사를 중단시켰고 볼트성은 그렇게 버려졌다. 섬은 미국 영토다. 그래서 상륙하려면 여권이 필요하다. 한 시간짜리 유람선은 섬을 한 바퀴 돌며 외양만 보여준 뒤 떠난다. 세 시간짜리 투어라야 섬에 내려 둘러볼 수 있다.
현지 가이드의 비밀 레시피… 여배우 어윈이 맛본후 뉴욕 호텔에 소개
그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 이걸 맛본 여배우 메이 어윈 덕분. 그녀는 자기가 묵던 근처 호텔(헤럴드하우스)에 이걸 가져가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해서 먹었다. 뉴욕에 돌아가서는 월도프애스토리아 호텔의 총지배인 조지 볼트에게 소개했다. 그게 볼트에 의해 수석웨이터 오스카 처키에게 주어졌고 1894년 이 호텔 메뉴에 오르게 됐다. 월도프 샐러드의 드레싱으로.
따라서 최초로 이 드레싱을 낸 식당은 헤럴드하우스, 최초로 메뉴에 올린 곳은 월도프애스토리아 호텔이다. 시카고의 블랙스미스 호텔이란 설도 있다. 이 샐러드는 월도프애스토리아 호텔의 레스토랑 ‘오스카’에서 맛본다.
킹스턴(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