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높이인가/박현찬 정상혁 지음/192쪽·1만3000원·서울연구원
이 책의 두 저자는 각각 건축과 도시설계를 공부한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이다. 이들은 사적 소유와 매매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공공의 재화’로서 도시 공간과 경관이 지닌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했다.
“모든 집에는 주인이 있지만 그 집의 외벽은 모든 사람의 것이다.”
서울의 빌딩은 누구를 위해 그렇게 높이 솟아오른 걸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관광지 기념품점에서는 그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그려 넣은 수첩과 냉장고자석을 판매한다. 도시 중심부에는 높은 빌딩 숲이, 변두리에는 야트막한 주택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미지다. 울쑥불쑥 솟아오른 욕망이 절제 없이 나열된 서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왕 이루어진 서울의 현재 모습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수는 없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건물 높이 관리야말로 우리가 이제부터라도 꼭 지켜야 할 서울에 대한 예의이자 의무”라고 썼다.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포기할 까닭도 없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