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미래? 감 따러 다녀야지, 기다린다고 떨어지나”
[박해윤 기자]
국민의당이 사면초가다. 5·9 대선에서 2위도 아닌, 3위를 기록해 그로기가 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에 대한 제보 조작 사건이라는 카운터펀치까지 얻어맞은 꼴이다. 당 지지율은 바른정당, 정의당보다도 낮다. 특히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조차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 7월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8.7%로 나타났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 28석 가운데 23석을 휩쓸었던 국민의당이 1년 3개월 만에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이다.
국민의당에게 과연 내일이 있을까. 7월 5일 박지원 전 대표(사진)를 만나 이유미 씨의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제보 조작 당사자로 검찰에 구속된 국민의당 당원 이씨는 7월 6일 현재 열흘째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고 있고, 이씨로부터 제보 내용을 전달받아 당에 보고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도 사흘째 조사를 받았다. 여론의 관심은 이씨에게 제보를 조작하도록 윗선이 지시했는지 여부다. 박 전 대표는 준용 씨 관련 제보 내용을 당에서 공식 발표하기 전 이 전 최고위원이 그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여당으로부터 제보 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 제보 조작에 연루됐으면 추미애 대표에게 목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통화 기록 등 과학적으로 (관련 없음이) 입증되잖아요.”
▼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제보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박 전 대표에게 보냈는데.
박 전 대표는 휴대전화를 2개 사용하는데, 하나는 6·15 남북정상회담을 기리기 위해 끝번호가 ×615번이고, 다른 하나는
××33번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휴대전화는 ×615번인데 대선 당시 비서관이 갖고 있었고, 박 전 대표는 ××33번 휴대전화를 사용해 해당 문자메시지를 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 “거짓말이 제일 나빠요”
박 전 대표는 ‘박지원, 안철수가 이 중대한 사안을 몰랐을까’라는 세간의 궁금증에 대해 자문한 뒤 이렇게 자답했다.
“정당의 메커니즘을 아는 분들은 다 알아요. 그러면 역으로 박지원, 안철수가 (제보를) 조작하라고 지시했을까요? 그것은 아니죠. 검찰이 수사하고 있으니까 밝혀질 겁니다. 거짓말이 제일 나빠요. 자료가 있잖아요. 거기에 대해 검찰이 밝힐 거예요.”
▼ 박 전 대표뿐 아니라 안철수 전 대선후보도….
“안철수도 없어요. 나에게는 문자메시지라도 보냈다지만 안철수는 그것도 없잖아요. 사후에 구명운동을 하려고 이 전 최고위원이 찾아간 것 말고 뭐가 있어요.”
박 전 대표는 자신은 제보 조작 사건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여러 차례 단호하게 밝혔다. “당시 기억을 더듬어봤느냐”고 묻자, 박 전 대표는 일정이 빼곡히 적힌 수첩(사진)을 펼치더니 준용 씨와 관련된 국민의당 기자회견이 있던 5월 5일 일정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읊어나갔다.
“7시 10분 목포 청호시장에서 유세하고, 7시 30분 완도로 출발해 9시 완도 오일장, 10시 30분 영암 오일장, 11시 30분 영산포 오일장에 도착해 거기서 점심 먹고, 13시 10분 함평 나비대축제 가서 돌아다니고….”
그날 그는 하루 종일 전남 일대를 돌며 유세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에서 있었던 준용 씨에 대한 의혹 제기와 자신이 거리적으로 아주 멀었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 전화통화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내 휴대전화 통화 기록에 이 전 최고위원과 통화한 것이 없고, 내 비서관하고도 통화 안 했어요.”
[박해윤 기자]
▼ 이유미 씨는 몰랐나요.
“몰랐어요.”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통화 기록, 일정 수첩 등을 근거로 대며 ‘결백’을 강조했다. 그의 ‘연루 의혹’을 검찰이 벗겨줄지 궁금하다.
▼ 제보 조작 사건 이후 당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푸념은 할 수 있겠지만, 크게 동요하는 의원은 없다고 봐요.”
▼ 호남 일부 의원이 조직적으로 당을 떠나 여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럴 일 없어요. 내 탈당설도 계속 나오잖아요.”
▼ 탈당해서 어디 가시게요.
“탈당해 민주당 간답니다(웃음). ‘문생큐’라고 하니까 정부 들어간다 하고….”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탈당설을 예로 들며 정치권이 얼마나 많은 말이 떠도는 동네인지를 강조하려는 듯했다.
“정치인은 소신이 있어야 합니다. 민심이 조금 나빠졌다고 흔들려서는 안 되죠.”
▼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에 도전합니까.
“지금 그런 것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있어요.”
▼ 이번 대선에서 패한 안철수 전 후보에게 미래가 있을까요.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죠.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으면 감이 떨어집니까. 자기가 감을 따러 다녀야죠. 스스로 개척하면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있다고 봐요.”
▼ 언제쯤 정치를 재개할 걸로 봅니까.
“최근에 연락한 일이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어요.”
▼ 안 전 후보가 이번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도의적으로라도 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금 뭐라고 할 거예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대선후보를 지낸 사람으로서 입장 표명을 할 거라고 알고 있어요.”
1년 뒤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국민의당은 어떤 전략으로 치러야 합니까.
“당 지도부에서 논의할 문제입니다. 1년 남은 선거를 벌써 어떻게 예상합니까. 지난 대선 때도 한 달 사이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 천당으로 왔다, 지옥으로 갔다 하지 않았나요. 조금 있어봐야죠.”
▼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구실이 중요한데요.
“의총에서 제가 첫 발언자로 나서 이렇게 얘기했어요. ‘의혹은 간 곳 없고 조작만 남았다. 조작만 남았고 국회도 간 곳 없다’고요. 제보 조작 사건은 검찰 수사에 협력하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국회는 추경 대안을 논의하며, 해경청 부활 등 정부조직법은 우리랑 생각이 같으니까 논의하자, 단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해서는 지도부가 결정하라고 얘기했죠. 할 일은 해야죠.”
○ “법·제도 정비 없는 개혁은 물거품”
▼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다 돼갑니다. 잘하고 있다고 봅니까.
“잘하고 있으니까 국민 지지율이 높게 나오겠죠.”
▼ 어떤 점을 잘했다고 봅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는 일을 했습니다. 재벌, 검찰, 국가정보원, 방송 등의 개혁을 내세웠는데 지금까지 인사한 것을 보면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합니다. 개혁적인 분입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칭찬은 여기까지였다.
“여러 개혁은 법과 제도가 수반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가장 취약한 대통령일 수 있습니다.”
▼ 여소야대 상황을 말씀하시는군요.
“국회선진화법 이전 18대 국회까지를 동물국회라고 했어요. 하지만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을 직권상정하고 날치기 처리했죠. 야당은 단상을 점거해 존재감을 확인했고요.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19대 국회부터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것을 하나도 못하는 식물국회가 되고 말았어요.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국회선진화법에 있다고 봐요. 박 전 대통령 때는 여당이 과반 의석을 훌쩍 넘는 160석까지 확보했어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여당 의석이 120석입니다. 정의당을 포함해도 126석이에요. 그런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경우 정의당은 반대 아닙니까. 사안에 따라 의견이 다른 거죠.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산들바람이 불지만 봄날은 갑니다. 봄날이 가면 지금처럼 덥고 짜증나는 여름이 오죠.”
▼ ‘문재인 시간’이 벌써 지났다고 봅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대통령을 탄핵하고 파면하고 감옥에 보낸 촛불혁명의 산물이 문 대통령입니다. 여기서 실패하면 또 다른 박근혜가 집권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 안 나올 분 아닙니까. 지지율에 연연하지 말고,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사이다 개혁을 민주적인 법과 제도로 시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회의 협조 없이는 법과 제도를 정비할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 문 대통령이 국회에 협조를 구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협치를 강조하죠(웃음). 그런데 협치가 뭡니까.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니까 ‘나를 따르라’고 하는 것은 협치가 아니에요.”
[박해윤 기자]
2000년 대북특사 박지원의 북핵 해법
“강력한 제재와 대화 병행하자는 문 대통령 해법은 좋은 해결책”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를 만나기 하루 전 북한은 중대 발표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소식을 전했다.
DJ(김대중) 햇볕정책 전도사인 박 전 대표는 대북정책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들어봤다.
▼ 북한이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핵 문제가 중대 기로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북한이 지금까지는 ICBM이란 용어를 한 번도 안 썼는데 한미정상회담 사흘 뒤, 그것도 미국 독립기념일에 자신들의 기술이 여기(ICBM)까지 도달했다고 공포했어요. 미국과 한국, 전 세계에 경고한 것으로 봐야죠.”
박 전 대표는 과거 국회 정보위원회(정보위)에서 한 자신의 질의 내용을 소개했다. 2010년 6월 25일 국회 정보위에서 국방부 정보사령관에게 ‘북한 핵이 언제쯤 소형, 경량화되느냐’고 물었을 때 ‘1~2년 내’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 그리고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때 북한은 소형, 경량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척 헤이글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미 상하의원들에게 ‘북한 핵이 소형, 경량화됐다’고 했다고 박 전 대표는 설명했다. 결국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소형, 경량화가 이뤄진 상태에서 실행됐을 개연성이 높고, 7월 4일 ICBM 시험발사에도 성공함으로써 북한 핵·미사일 위기는 현실로 봐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인식이다.
○ 북한 핵은 북·미 간 문제
▼ 이런 국면에서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한미정상회담은 성공했다고 봐요. 그렇지만 회담 직후 문 대통령이 대북 문제에서 운전석에 앉게 됐다고 얘기한 것은 성급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내가 만나본 미국 고위층 인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코 북한 핵문제에 대해 너그럽지 않다고 해요.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대북 문제에서 우리가 운전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북한 핵은 북·미 간 문제이지, 남북 간 문제가 아닙니다.”
박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방위비 분담 문제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언급했으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정부가 운전석에 앉았다’고 발언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수차례에 걸쳐 ‘대북정책은 김대중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운전석에 앉아 핸들링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회고했다.
▼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겠군요.
“그렇죠. 그런데 (우리가 해결책을 내놓는다고) 미국이 용납하겠어요? 북한이 요구하는 게 뭡니까. 경제제재 해제, 북·미 수교, 체제 보장 등 세 가지 아닙니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결국 미국과 합의되지 않은 (남북)대화는 있을 수 없습니다. 제가 2000년 대북특사로 활동할 때 스티븐 보스워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를 직접 만나 특사활동을 공식적으로 알려줬어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에) 숨소리까지 다 얘기해줘라’고 말씀했죠. 그렇게 미국의 협조를 이끌어내 남북대화에 성공한 겁니다. 당시 우리 중재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방북하고, 조명록 북한 차수가 김정일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죠. 그리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정일을 만났고요.”
○ 강력한 제재와 대화 병행해야
▼ 지금 중요한 것은 발등에 떨어진 북핵 문제에 대한 처방인데요.
“강한 제재와 함께 대화를 해야죠. 문 대통령이 제시한 대로 강력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 먼저 핵동결의 길로 가고, 점차 핵폐기로 가야죠. 그게 아니면 전쟁밖에 없는데, 전쟁을 할 수는 없잖아요.”
▼ 북핵의 키를 쥔 미국이 대북제재를 하면서도 북·미 간 대화를 하도록 한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죠. 제재라는 것은 중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대북제재에) 합의됐지만 (중국의) 제재가 약하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단둥은행 제재에 나서지 않았나요.”
▼ G20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겠군요.
“북한 핵동결을 위해 중국에게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행하게 하고, 미국에게는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북한과 대화하도록 해야겠죠. 그 어려운 걸 문 대통령이 해내야 합니다.”
▼ 파국을 면하려면 대화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 대화를 과연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까요.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보도를 보면 우리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문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어요. 과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이름을 거명하면서 막말을 쏟아냈잖아요. 그런 점에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보일락 말락 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남북대화에 대한 의지와 시그널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할 수준은 아닙니다. 아무튼 약간의 변화를 잘 봐야 합니다. 북한 김정은도 지금 이 분위기를 잘 포착해야 하고요. 미국 정부의 시그널과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북 자세 등을 활용하지 않으면 ‘골’로 갈 수 있어요.”
▼ 미국이 북핵을 계속해서 용인할 수는 없는 상황 아닙니까.
“중국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에요. 식량과 원유, 생필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약간 지원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해요. 대북제재 키는 중국이, 대화 키는 미국이 쥔 상황에서 우리의 조정 역할이 중요합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7년 10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