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이처럼 소비자 후생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무역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막스 하벨라르’라는 네덜란드 작가 물타툴리의 소설에 잘 나와 있다. 네덜란드가 동인도회사를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저지른 식민지 착취를 폭로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무조건 저렴하게만 생산하려는 기업들에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훗날 멕시코의 소규모 커피생산조합에서 최저보장가격에 커피를 구입하는 ‘막스 하벨라르 커피’가 등장했고, 이 커피의 상표는 공정무역의 영원한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자국 내 가격보다 싸게 수출하는 것을 뜻하는 덤핑은 상대국의 생산기반을 부당하게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국 내 노동가치 하락을 야기하는 명백한 불공정 행위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덤핑에 대한 규제는 용인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반덤핑협정, 보조금협정, 지식재산권보호협정 등을 통해 불공정 무역행위의 판단 기준과 절차, 조치 방법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덤핑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1987년 설립된 무역위원회가 맡고 있다. 무역위는 협정에 따라 지금까지 132건의 반덤핑·세이프가드, 115건의 지식재산권 보호조치를 시행하며 공정무역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자발적 구조조정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면서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기업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무역위원회는 불공정 무역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산업피해를 구제하는 판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무역위 사무국 통계에 따르면 그동안 반덤핑 조치로 구제받은 업체들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이 60%에 달한다. 무역구제 조치로 국내 기업들의 매출과 고용은 각각 18%, 7% 증가했다. 공자는 서른을 일컬어 ‘이립(而立)’,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어 흔들리지 않는 때라고 말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무역위원회는 중소기업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받들고 앞으로도 공정한 무역환경을 조성하는 ‘감시견(watchdog)’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