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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25 이후 최고 위기”라는 문 대통령 인식 변화

입력 | 2017-07-10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면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도 사정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며 “6·25 이후 최고의 위기이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핵과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심각한 우려의 표현으로 대통령 시각에 변화가 엿보인다.

북한의 ICBM 도발로 한반도 안보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한데도 문 대통령은 6일 ‘베를린 구상’에서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의 원칙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틀 뒤 ‘6·25 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한 것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9개국 정상과 회담을 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목도해 북핵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에서 탈피하게 된 것이라면 다행스럽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인도적 지원 차원이 아니라면 (중국의) 원유 공급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투 트랙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가 제재 쪽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대북 제재 공조에 국제사회가 힘을 모으는 이유는 북한 김정은이 핵 폐기를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연간 50만 t씩 북한에 원유를 제공하는 중국이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면 북한의 경제는 3개월 내에 파탄난다는 분석이 있다. 성공의 관건은 중국 및 러시아의 협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일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중국은 북한과 혈맹의 관계를 맺어왔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러시아도 6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이라는 걸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거부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을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고려해야 할 때다.

미국은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23주기인 8일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를 한반도로 보내 사상 처음으로 실제 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은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려는(붙이려는)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박”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베를린 구상’에 화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남북한 통신선 재개통 등 구체적인 후속 제안을 마련해 조만간 북한에 공식 제안할 방침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이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면 ‘베를린 구상’의 진전에 조급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