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면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도 사정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며 “6·25 이후 최고의 위기이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핵과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심각한 우려의 표현으로 대통령 시각에 변화가 엿보인다.
북한의 ICBM 도발로 한반도 안보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한데도 문 대통령은 6일 ‘베를린 구상’에서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의 원칙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틀 뒤 ‘6·25 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한 것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9개국 정상과 회담을 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목도해 북핵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에서 탈피하게 된 것이라면 다행스럽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인도적 지원 차원이 아니라면 (중국의) 원유 공급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투 트랙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가 제재 쪽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대북 제재 공조에 국제사회가 힘을 모으는 이유는 북한 김정은이 핵 폐기를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연간 50만 t씩 북한에 원유를 제공하는 중국이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면 북한의 경제는 3개월 내에 파탄난다는 분석이 있다. 성공의 관건은 중국 및 러시아의 협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일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중국은 북한과 혈맹의 관계를 맺어왔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러시아도 6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이라는 걸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거부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을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고려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