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바람-찬물 받아 무더위 견뎌 박경리 소설 ‘토지’ 읽으며 시간 보내
9일 교정당국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없는 날에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벽에 고정된 선풍기에 의지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달 들어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박 전 대통령은 독방 내 화장실 세숫대야와 물통에 물을 받아 몸에 끼얹은 뒤 선풍기 바람을 쐬는 식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고 한다.
서울구치소를 비롯한 국내의 모든 교정시설은 중앙냉방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수용자들은 박 전 대통령처럼 각 방에 비치된 벽걸이형 선풍기와 세숫대야, 물통으로 여름을 견뎌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잠을 깊게, 오래 자지 못해 새벽에 일어나 1∼2시간가량 독서를 한 뒤 다시 잠을 청한다고 한다. 오후 10시경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전 3, 4시쯤 잠이 깨면 책을 읽으며 다시 잠을 청하는 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새벽에는 주로 영한사전을 읽는다고 한다. 일과 중에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대하소설 ‘토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일과는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박 전 대통령은 하루 세 끼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만 식사량은 매번 제공량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 교도관이 ‘피곤하실 텐데 왜 이렇게 적게 드시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담담하게 “원래 식사량이 적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구치소에서 판매하는 ‘아로나민 골드’와 비타민C 등을 구입해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과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대면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리는 박 전 대통령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2월 청와대 안가에서의 독대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5일 이 부회장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