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때 조계현 상대 3안타 치곤… “봐주지 말고 성의껏 던졌으면”
최소경기 2000안타-최고령 타격왕… 잠실 홈팀 최초 30-30 클럽 가입 등
17시즌 우승반지 빼고 모든것 이뤄

격분한 해태 투수들은 다음 날 빈볼을 던지겠다고 했다. 이튿날 LG 코칭스태프가 이 선수를 해태 더그아웃으로 데리고 가 사과하면서 불상사는 피했다. 조 코치는 후에 “패기를 높이 봤다. 큰 선수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이 LG 선수는 이병규(43·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였다.
조 코치의 말대로 이병규는 정말 큰 선수가 됐다. 이병규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뛴 3년을 제외한 17시즌 동안 LG 유니폼을 입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이병규는 우승을 빼곤 LG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어 보인다. 신인왕을 시작으로 1999년 잠실 연고팀 선수 최초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주니치를 거쳐 2010년 다시 LG로 돌아온 뒤에는 최고령 타격왕(2013년)과 역대 최소 경기 2000안타 달성(2014년) 등의 기록을 이뤘다.
이병규는 “우승을 못해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무거운 짐을 맡기고 떠나는 선배가 된 것 같다. 후배들이 팬들이 원하는 우승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 입단 후 흘렸던 유일한 눈물은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였다.
“2016년 10월 8일(마지막으로 출전한 날)과 2013년 10월 5일(11년 만에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올해 해설을 하면서 야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내년쯤 미국 선진 야구를 배운 뒤 좋은 지도자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당초 LG 구단은 이병규의 은퇴식을 ‘9’가 두 번 들어가는 9월 9일 두산과의 홈경기가 끝난 뒤 하려 했다. 하지만 이병규가 고사했다. 그는 “9월 9일이면 팀이 한창 막바지 순위 싸움을 하고 있을 때다. 나 때문에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