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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낚고 바지락 캐고… 소라팔찌 만들어 보세요

입력 | 2017-07-11 03:00:00

어촌체험마을 전국 112곳 운영




어촌 체험의 장점은 외삼촌, 외숙모 같은 주민들이 직접 먹을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고 안내해 준다는 것이다. 8일 강원 양양군 수산마을에서 열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낚시로 참가자미를 건져 올리자 선장 황중일 씨(왼쪽)가 고기를 물간에 넣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양양=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어촌의 해변에서 쉬어 본 적이 있는지요. 리조트가 줄지어 있는 휴양공장 같은 해변이 아니라 어부의 억센 팔뚝에 그물이 감겨 올라오고, 홍합을 까던 아낙들이 덤으로 한 바구니를 그냥 주곤 하는 그런 해변 말입니다.

지난 주말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주관하는 ‘海ey, Joy 어촌관광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목적지는 강원 양양군 손양면 수산리. 주민들이 2014년부터 어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수산마을은 160가구가 모여 사는 한갓진 곳이지만 강태공들한테는 방파제낚시의 명당이랍니다. 첫 체험은 배낚시였습니다. 경기 남양주에서 온 열 살 가은이도, 고양시 일산에서 온 열한 살 홍이도 낚시는커녕 낚싯배에 타본 적이 없습니다.

선체를 흰색으로 깔끔하게 칠한 6.67t짜리 삼양호가 물살을 가르고 바다로 향했습니다. 일렁이는 파도 때문에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던 아이들은 배가 출발하자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와, 바다에서 배 타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가은이의 말입니다.

10분쯤 갔을까요, 엔진을 멈춘 황중일 선장(51)의 원포인트 강의로 본격적인 체험이 시작됐습니다. “낚싯대 하나씩 잡으시고요, 미끼를 끼울 때는 미늘이 안 보이게 하는 게 요령입니다.” “윙∼.” 릴 풀리는 소리와 함께 제법 무게감이 있는 추가 바다 밑으로 떨어져 내려갑니다. 그러자 짐짓 태연한 체하던 아빠들 얼굴에 근심이 비치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한 마리도 못 잡으면 어떡하나….’ ‘(고기를 담아두는) 물간은 왜 저리 커 보일까….’

기우였습니다. 낚싯대를 담그기 무섭게 손바닥만 한 참가자미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사는 우리가 포인트를 제일 잘 알아요.” 선장님의 장담은 빈말이 아니더군요. 그제야 엄마들 눈빛이 달라집니다. 미끼로 쓸 갯지렁이에 비명부터 질렀던 엄마들 눈에는 참가자미가 드디어 생선으로 보이기 시작했나 봅니다. “횟집에서 3마리에 1만 원”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너나없이 초집중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잡은 고기는 배에서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갓 잡아 올린 바닷고기의 차진 식감은 배낚시에 대한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입안 한가득 동해 바다가 밀려들어온 느낌입니다. 미끼 끼워 주랴, 고기 회쳐 주랴 선장님 손이 바쁩니다. 아이들 함성이 파도에 반사된 흰 물방울처럼 선상을 튀기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만선(?)의 흥분을 뒤로하고 카약 체험에 나섰습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 카약입니다. 선체가 가벼워서 노를 대충 물에 담가도 쓰윽 미끄러져 나갑니다. 부부끼리 또는 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하기 좋습니다. 낙조가 드리우면 분위기가 그만입니다.

숙소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에 잡았습니다. 화려할 것도 없지만 부족함도 없습니다. 욕조 위에 놓인 까슬까슬한 흰 수건들, 그 위에 있는 5개들이 칫솔세트에서 어촌 주민들의 정이 느껴집니다. 칫솔이 일회용이 아니더군요. ‘이렇게 하면 도시 손님들이 오실까? 혹시 준비가 소홀한 건 아닐까’ 하는 수줍음과 기대가 내려앉아 있는 듯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선 근처 낙산해수욕장이나 하조대를 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국도 7호선을 따라 차를 몰면서 소나무 숲 너머에 있는 바다를 조금 멀리서 보는 느낌이 근사합니다. 아니면 굳이 멀리 가지 않고 슬리퍼를 끌고 느릿느릿 마을을 돌아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입니다.


수산마을 같은 어촌체험마을은 전국에 112곳이 있습니다. 어촌어항협회의 포털사이트 바다여행(www.seantour.kr)을 참고하면 됩니다. 경기 화성의 백미리마을이나 충남 서산 중리마을에 가시면 바지락 캐기를 해보길 권합니다. 전남 함평 석두마을에선 소라를 잡거나 소라팔찌를 만들어 보세요. 경남 남해에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를 잡는 체험도 하고 있습니다.

체험이 끝나면 돌아오기에 앞서 지역 특산물을 골라 보는 것도 재미입니다. 어촌계에서 직접 하는 가게가 있으니 그런 곳에서 미역이며 생선을 싸게 구입해 볼만 합니다.

서두에서 말했듯 여름 해변은 대개 너무 번잡하고 화려해서 휴양공장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식구들과 같이 조용하고 느긋한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어민들과 함께하는 어촌체험마을에 한번 가보실 것을 권합니다. 시골밥상 같은 감동이 오래 남습니다.

양양=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