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기업 유턴 지원法 시행 4년 “인센티브 미흡” 국내복귀 40곳 그쳐… 정부의 일자리 창출 유인책 안먹혀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에 공장을 보유했던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경남 지역으로의 공장 이전 계획을 세웠다가 포기했다. 해외 진출 당시보다 인건비가 2배로 올라 이익이 줄자 국내 복귀를 검토했다. 하지만 더 비싼 인건비, 세금, 각종 규제 등을 감안하고 현지 공장에 투자한 비용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으로 돌아갈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했다. 연매출 20억 원인 이 공장이 돌아왔더라면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100명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유턴 유도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13년 ‘유턴기업 지원법’(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하며 국내 복귀에 사활을 걸었지만 정작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기업을 유인할 만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유턴은 물론 기존 기업들을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일자리위원회는 국내 일자리 증가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국내 기업의 유턴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 중 유턴이 가능한 업체의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유턴기업 수는 늘지 않고 있다. 법이 만들어진 직후인 2014년에 유턴기업은 22개로 반짝했지만 2015년(4개), 2016년(12개) 모두 첫해의 기록을 넘지 못했다. 올해도 상반기(1∼6월)까지 2개 기업만 국내로 복귀해 현재까지 누적 기업은 40개에 그친다.
▼“규제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야”▼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
선진국들은 기업 유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리쇼어링’으로 불리는 유턴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2년간 설비투자 세제 감면 등 기존 혜택에 공장 이전비용 20% 감면, 지역주민 고용 비용 지원 등이 추가됐다. 여기에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법인세를 35%에서 15%로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정책까지 내놨다. 미국은 이를 통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34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국내 기업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유턴기업 지원법의 인센티브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로 돌아온 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인 15곳이 인센티브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턴기업에 인센티브가 몰리면 국내 기업의 역차별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결국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든 기업을 위해 기업 환경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6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61개 주요 국가의 투자 매력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42위에 그쳤다. 미국(10위) 독일(18위)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25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기업이 부담을 느낄 만한 요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유턴기업 지원법은 크게 나쁘지 않다. 문제는 한국에 들어와도 마음 편히 기업 할 수 없는 환경들”이라고 말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