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거점서 쫓겨나는 IS… “아시아는 더 위험해졌다” 새 본거지 찾아나선 IS 전사들
《이라크 정부가 9일(현지 시간) 자국 내 이슬람국가(IS) 거점인 모술의 해방과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이라크 정부의 IS 소탕전에 더욱 속도가 붙고, IS의 또 다른 거점이며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도 곧 해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IS의 이념과 추종자들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무슬림의 60% 이상이 거주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IS 거점 붕괴로 인한 ‘풍선효과’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아시아 전역이 이슬람국가(IS)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IS는 핵심 거점지이자 ‘돈줄’이던 이라크 모술에서 지난달 29일 사실상 패퇴했다.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에서도 영향력을 잃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 출신의 지하디스트들은 자국으로 돌아가 현지 추종 세력과 함께 새로운 거점 지역을 구축하거나 테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동남아, 서남아, 중앙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18억 명의 무슬림 중 약 61%가 거주하고 있다. IS 추종세력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이 유럽과 미국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이미 위험에 빠진 필리핀과 아프가니스탄
이미 무슬림 인구가 다수이거나 일정 규모 이상 되는 아시아 국가에서는 IS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은 올해 5월부터 IS를 추종하는 마우테 반군과 정부군 간 교전이 한창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고, 최근 “반군들을 생포하지 말고 사살해도 된다”는 명령까지 내리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밀림이 많아 은신한 채 장기전을 펼치는 게 용이하다”며 “IS 추종세력들이 이 지역을 점령하면 중동보다 퇴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정부가 현지에서 ‘카불 정부’(수도에서만 영향력이 있다는 뜻)로 불릴 만큼 나라가 혼란스럽다. 이 나라의 지방은 사실상 특정 부족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이 정치와 행정을 좌지우지한다. 알카에다와 탈레반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도 많이 받았고, 지형적으로 험난한 산맥이 많다. 락까와 모술이 완전히 해방된 뒤 갈 곳을 잃은 IS 구성원들이 대거 몰려가 거점을 형성하기 좋은 조건인 셈이다.
서 교수는 “IS는 반군 혹은 테러 단체 수준이었던 기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달리 국가 형태를 구성해, 에미르(Emir·통치자)가 다스리는 모델을 경험해 봤다”며 “IS 추종세력들은 이를 다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 2억6000만 명의 인구 중 90%가 이슬람을 믿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도 최근 정치권과 사회에서 강경 이슬람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또 제마 이슬라미야(JI) 같은 극단주의 단체들의 활동도 꾸준하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무슬림 인구 비율이 낮아 IS 추종 세력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국립외교원은 지난달 발표한 ‘IS 3년,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이슬람권에서 대표적인 동북아의 친미 국가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위험으로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과 동맹이며 군사 교류가 활발해 IS 추종세력이 언제든 테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개신교 선교사 파송 수가 많고, ‘한류’ 대중문화가 국제적으로 인기가 많다는 것도 우려해야 할 점이다. 비이슬람교와 대중문화 전파 역시 IS가 허용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해외 교민, 주재원, 공관 직원 등에 대한 보호 계획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의 역량과 전문성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