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평소 한국 여름보다 몽골 여름이 시간이 더 느긋하게 간다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최근 들어 이유를 알게 됐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몽골에서는 여름에 해가 오전 5시∼5시 반쯤 떠서 오후 9시쯤 진다. 밤 11시도 한국의 오후 8시 정도처럼 주변이 보이고, 새벽 1, 2시에도 별빛 때문에 그렇게 어둡지는 않다. 이런 몽골의 여름 모습이 그립지만 시간적 여유와 비싼 항공료 때문에 쉽게 못 간다.
몽골에서 한국은 비행기로 대략 3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여름철 비행기 요금은 1인당 왕복 73만∼130만 원으로 너무 비싸다. 반대로 관광철이 아닌 겨울에는 50만 원 안팎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여름에는 큰마음을 먹고 고향에 가고 싶었지만 결국 쉽지는 않을 듯하다. 원하는 기간에 비행기 표를 구하기도 힘들지만, 있더라도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몽골 사람들은 비행기로 중국 베이징까지 가고, 베이징부터는 기차로 간다. 문제는 이러다 보니 14시간이나 걸린다는 점이다. 여름휴가 5박 6일 동안 왕복 28시간을 이동하느라 버리기도 어렵다.
주한 몽골인들은 이런 문제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 합리적인 비행기 요금을 요청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10여 년간 거의 항공권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 모 항공사는 턱없이 비싼 가격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2012년 5월 보고서를 통해 2005∼2010년 이 항공사의 울란바토르 노선 이익률은 19∼29%로 전 노선 평균 이익률인 ―9∼3%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몽골로 가는 새로운 노선이 생기면서 이제야 비행기 표 가격이 내려가겠다 싶었는데 정작 그것도 아니었다. 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가 많은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몽골인은 3만70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몽골 전체 인구의 약 1%에 해당한다. 쉽게 설명하면 몽골 사람들의 친척 중 한 명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만큼 몽골 사람들은 한국에 오가는 일이 많고, 이 때문에 언제나 비행기 표가 부족하다. 이런 점을 오히려 이용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나와 같이 한국에서 장기 거주하고 있는 몽골 사람들은 적어도 여름에는 고향에 가기가 정말 어렵다. 정말 큰돈을 들여서라도 가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고향에 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다.
만약 여름철 몽골 여행의 수요가 많다면 주당 비행기 취항 횟수를 늘려야 한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다른 저비용 항공사들이 노선에 들어와 경쟁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많은 몽골 사람들이 고마워할 테고, 결국 양국 관계에 매우 좋은 영향이 미칠 것이 분명하다.
진정한 기업이라면 돈보다는 고객을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 이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이 장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이런 기업은 지속적으로 시장에 존재하지도 못할 것이다. 지금의 발전을 이루게 한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보고, 독점을 통한 안정이 기업 경영에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알았으면 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