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조천경(趙天經·1695∼1776) 선생의 ‘이안당문집(易安堂文集)’에 실린 ‘조어가(釣魚歌)’ 서문입니다. 의원에게 낚시의 좋은 점을 물었더니, 물고기를 낚아서 좋고, 남이 옳으니 그르니 함부로 말하지 않아서 좋답니다. 생각해 보니 물고기 낚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선생은 이 이야기를 서문으로 삼은 뒤 아래의 시를 덧붙이셨습니다.
떠도는 나그네 낚시 드리우고는/스스로 한가로운 신세라 말하네//갈대꽃은 밝은 달밤에 피었고/창포와 갯버들은 맑은 모래에 서있는데//늙은 몸으로 반계(磻溪) 물가에 있으니/칠리탄(七里灘)에 맑은 바람 불어오는구나//이끼 낀 바위에서 갈매기 해오라기와 친하니/인간 세상의 시비(是非) 모두 사라졌어라//반드시 물속에서 살 필요도 없으며/굳이 호수(濠水) 가에서 볼 것도 없으니//뱃노래 두세 곡 부르는 동안에/봄날 밤은 어느새 오경(五更)으로 깊었구나//속마음 터놓는 일 어찌 쉬우리/추기(樞機)를 조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라//금인(金人)의 함구(緘口)하라는 경계는/단지 손 안의 낚싯대에 있도다
반계(磻溪), 칠리탄(七里灘), 호수(濠水)는 모두 은사(隱士)들이 한가롭게 노닐던 곳입니다. 추기(樞機)는 사물의 관건이 되는 부분을 뜻하는데, 보통은 말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공자가 주(周)나라 사당에 서 있는 금인(金人)을 보니, 입은 세 겹으로 봉해졌고 등에는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다”라고 새겨져 있었답니다. 시에 나오는 고사와 서문을 잘 새긴다면 막말이 난무하는 이 시대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