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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조훈현]바둑 꿈나무는 거저 크지 않는다

입력 | 2017-07-11 03:00:00


조훈현 국회의원·프로기사 9단

프로기사 9단인 필자는 평생을 바둑과 함께 살아오면서 우수 인재 발굴에 힘써 왔다. 작년에 국회에 들어와서는 바둑진흥법을 발의해 한국 바둑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바둑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재능과 열정도 중요하지만 바둑 영재 발굴과 육성을 위한 사회의 관심과 지원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들의 바둑 실력을 범상찮게 본 아버지는 필자를 동네 기원으로 데려갔고, 여섯 살도 되지 않은 필자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서울로 이사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울에 와서는 조남철 선생이 운영하신 송원기원을 찾아가 배웠고, 한국기원 연구생이 됐다. 이런 기대들에 힘입어 1962년 10월 14일, 세계 최연소(만 9세 7개월)로 입단했고, 이 기록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의 필자는 영재 발굴과 육성에 힘써 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창호를 키웠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바둑 꿈나무들을 만났다. 어린 재능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그런 귀한 자리를 수십 년간 계속 가진 것은 내게도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바둑 영재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계속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세계적인 어린이 국수가 탄생하는 자리에 나가 격려하고 재능을 가늠해 보는 것만큼 바둑인에게 더 큰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바둑 영재의 발굴과 육성은 한 개인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필자가 국회의원으로서 바둑진흥법을 발의하는 등 바둑 발전에 기여하려는 것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임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이제는 기업들도 나설 때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6년 동안 묵묵히 어린 바둑 꿈나무들의 등용에 노력하고 있는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 국수전’이 좋은 예다. 야구, 골프 등 소위 화려한 종목은 아니지만 바둑 진흥을 위해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한국의 바둑 발전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다른 기업들도 후원의 손을 뻗어 우수한 영재를 발굴하고 세계적인 국수를 키워내는 데 동참하길 청한다. 바둑 꿈나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자리 잡힐 때 한국 바둑은 다시 한번 세계 최고라는 영예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조훈현 국회의원·프로기사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