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외교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9일 평양에서 열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을 기념하는 음악·무용 종합공연에 참석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세컨더리(보이콧) 옵션을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일이 대북 원유 공급 제한을 포함하는 유엔 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원유는 김정은의 생명선과 직결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을 폭격할 게 아니라면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을 ‘조수석’에 앉히는 방법은 원유를 주지 않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일한 카드가 ‘원유 공급 제한’이란 의미다.
하지만 원유 공급 제한 카드를 쓰기 위해서는 중국의 동참이 필수다. KOTRA가 지난해 발간한 ‘북한 대외무역 동향’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2015년 수입한 원료의 85%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 가운데 원유 수입량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100만 t가량을 담당하고 러시아 등 일부 국가가 20만∼30만 t가량을 수출하는 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한미일을 중심으로 원유 수출 제한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포함시키려고 해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11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컨더리 보이콧 동참, 독자 제재 찾겠다는 의미”
이런 가운데 강 장관이 미국과 세컨더리 보이콧을 협의 중이라고 언급한 것은 유엔 결의안 채택과 상관없이 한미가 고강도 대북 제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유엔 안보리 협상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인 제재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부분은 저희와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도 국제사회와 공조해 실효성 있는 독자 제재 방안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강 장관은 ‘8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 남북 회동 가능성이 높지 않으냐’는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의 질의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그 계기를 최대한 활용해 볼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동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