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5쪽 문건 공개돼 파문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1월 국가정보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한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문서마다 복사 방지를 위한 국정원의 워터마크 ‘아’가 새겨져 있다. 세계일보 제공
이명박 정부 당시 여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총선과 대선에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았던 국가정보원의 청와대 보고 문건이 10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 여파로 이날 예정됐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이 24일로 미뤄졌다.
○ 국정원, SNS 대응책 문건 청와대 보고
세계일보는 10일 국정원이 18대 대통령선거를 1년여 앞둔 2011년 11월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A4용지 5쪽 분량의 문건을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국정원장은 원 전 원장이었다. 또 이 문건 작성 시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나경원 후보를 꺾은 직후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20∼40대 SNS 이용자들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건에는 이듬해인 2012년 치러질 예정인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여권이 SNS 대응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이 담겨있다. 문건에서 국정원은 “SNS가 선거 쟁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후보 선택 판단 창구’로서 역할이 강화되고 있으나, 여당의 ‘절대 불리’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야권이) 주요 선거 때마다 SNS 주 이용층인 20∼40대 불만 자극과 사실 왜곡에 앞장서며 정부·여당 이미지 흐리기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썼다. 국정원은 이어 “범여권 및 보수권 인사의 트위터 이해도를 높이고 팔로어 확보를 통한 범여권의 트워터 내 영향력 및 점유율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페이스북 장악력 확대 및 차세대 SNS 매체를 선점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국정원이 작성한 또 다른 문건에는 당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동향과 야당 의원들의 선거법 위반 수사 상황,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여론조사기관의 컨설팅 결과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 재판부, ‘국정원 문건 증거’ 신청 기각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재판에서 이날 공개된 국정원 문건을 증거로 신청했다. 검찰은 “해당 문건의 내용과 작성 경위, 보고 대상, 그리고 그에 따른 조치 등을 확인하는 일은 원 전 원장이 본인의 혐의 내용이 선거운동임을 부인하는 이 사건에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동안 제출된 방대한 증거로 판단이 가능하므로 추가 증거 채택은 불필요하다”며 검찰의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