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있는 타격을 중시하는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배팅 훈련 때 볼을 던져주고 있다. SK가 화끈한 홈런포를 자랑하며 KBO 리그에서 3위를 달리며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배경에 힐만 감독의 ‘긍정 야구’가 자리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 4월 15일 SK와 한화의 경기. 8회 대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던 SK 정의윤은 오른손으로 힐만 감독의 가슴을 툭 쳤다. 힐만 감독은 이튿날 “(정의윤의 폭행에 대해) 경찰을 부를까 고민 중이다”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올 시즌 외국인 사령탑인 힐만 감독이 부임한 뒤 달라진 SK 더그아웃 풍경이다. “팀이 잘나갈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분위기만큼은 좋아야 한다”는 힐만 감독의 철학이 팀에 스며든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홈구장을 쓰는 SK는 몇 해 전부터 착실히 홈런 타자 영입과 육성에 집중해 왔다. 한동민, 김동엽 등을 키워냈고, 정의윤을 영입했다. 이 구슬들을 꿰어 보배로 만든 사람이 바로 힐만 감독이다.
메이저리그(캔자스시티)와 일본 프로야구(니혼햄) 지휘봉을 잡았던 힐만 감독의 타격 철학은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선구안, 그리고 강한 타격이다. 힐만 감독의 통역을 맡고 있는 운영팀 최홍성 매니저에 따르면 힐만 감독은 틈만 나면 “Drive the ball!”이라는 주문을 한다. 한국말로 “공을 쪼개 버려”라는 의미라는 게 최 매니저의 설명이다.
설혹 나쁜 결과가 나와도 힐만 감독은 선수들을 직접 비난하지 않는다.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 보단, 잘한 부분을 더 칭찬한다. 보완할 점을 설명하며 앞으로 더 잘할 것을 주문한다.
2000년대 후반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노 피어(No fear·두려워 말라)’라는 메시지를 앞세워 침체에 빠져 있던 팀을 일으켰다. 요즘엔 힐만표 ‘긍정 야구’가 KBO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