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개봉 영화 ‘택시운전사’
1980년 뜨거웠던 광주를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 서울에서 광주로 가는 길의 풍경은 수채화처럼 평온하고 아름답게 그려져 광주의 참혹한 모습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쇼박스 제공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의 택시로 최루탄 연기가 스민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목숨 걸고 거리에 나선 학생들을 보며 기껏 내뱉는 말이라곤 이게 전부. 그 앞에서 매몰차게 창문까지 닫아 버리는 그다. 그뿐일까.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손님 또 뚝뚝 끊기는 거 아니냐”며 무심한 표정으로 돈 세느라 바쁘다. 오로지 가장으로서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택시를 몬다. 만섭은 그런 인물이다.
어느 영화건 소시민들의 삶에 균열이 생길 때 시대의 아픔은 유난하게 와 닿는다. 먹고사는 것 외엔 관심 없던 만섭의 삶은 광주를 취재하러 온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치만)를 태우며 조금씩 균열이 간다. 앞뒤 재지 않고 총알이 날아드는 현장에 뛰어드는 외국인 기자를 통해 그는 시대의 아픔을 직시해간다. 돈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시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택시를 몰게 되는 것.
세상에 적잖이 알려진 ‘미담’인 만큼 영화의 전개 자체는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외신기자와 광주에 온 서울 택시운전사라는 두 외부인의 시각을 통해 절제되면서도 담담하게 비극을 그려낸다. 5·18민주화운동을 담은 기존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그 지점이다. 등장인물들도 거창한 시대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만섭의 여정에 동행하는 대학생 재식(류준열)은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은 평범한 학생이고, 광주 택시운전사 태술(유해진)도 이유 없이 맞아 죽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택시를 몰 뿐이다. 누구 하나 거창한 대사 따위 읊조리지 않고 울부짖지도 않지만 시대의 비극은 충분히 다가온다.
1980년 뜨거웠던 광주를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 서울에서 광주로 가는 길의 풍경은 수채화처럼 평온하고 아름답게 그려져 광주의 참혹한 모습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쇼박스 제공
무엇보다 택시운전사 역을 소화한 배우 송강호의 연기는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를 실감케 한다. ‘변호인’(2013년), ‘밀정’(2016년)에서 시대의 비극 한가운데에 선 인물들을 연기해 온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한층 절제되면서도 깊어진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다음 달 2일 개봉.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