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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불법체류 아동 피해 신고해도 추방 유예”

입력 | 2017-07-11 03:00:00

여성변호사회 ‘그림자 아이들’ 대책
임시체류자격 부여 법안 발의키로… 입소거부 보호시설엔 과태료 부과




여성변호사회 주최로 10일 열린 ‘미등록 이주아동 학대 근절 및 보호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학대당한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은 강제 추방되지 않게 보호하고 임시 체류 자격을 줘야 합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 변호사)는 10일 ‘미등록 이주아동 학대 근절 및 보호를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이렇게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안도 제시했다.

개정안에는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이 미등록 이주아동 학대 신고를 받으면 아동을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하지 못하게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상희 여성변호사회 사무차장은 “현재 공무원은 미등록 아동을 발견하면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할 수 있어 이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못 한다. 공무원들이 아동을 출입국관리소에 알리지 못하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해 발의되면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미등록 이주아동 구금 금지)’에 이어 ‘그림자 아이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두 번째 개정 법률안이 된다.

정부도 학대를 숨기는 미등록 이주아동을 적극 찾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양진혁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사무관은 “미등록 이주아동을 지원하는 단체 종사자들에게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아동을 적극 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등록 이주아동 수용을 거부하는 아동보호시설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아동보호시설들은 불법 체류자 신분인 아동을 보호할 법 근거가 없고 예산도 부족해 입소시키길 꺼려하고 있다. 강인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사업지원팀장은 “미등록 아동들은 보호시설에 들어와도 학교를 가지 못해 방황할 때가 많다. 이들만을 위한 그룹홈 형태의 특성화 보호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미등록 아동 실태 파악에 나설 때라는 의견도 많았다.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아동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학대 받는 아동은 더욱 음지에 묻히고 있다. 이 사무차장은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해 2019년 3월 시행될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등록시켜 아동을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