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헐값 이용해 엄청난 수익”… 양사 상대로 단체협상 나서
거대 온라인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구글에 뉴스를 공급하는 미국 언론사들이 공정한 수익배분을 요구하며 단체협상에 나선다.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뉴스 소비가 전례 없이 늘어났지만, 그 수익이 언론사에는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던 왜곡된 체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9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온·오프라인 매체 2000여 곳을 대표하는 ‘뉴스 미디어 연합(NMA)’이 구글과 페이스북 등 뉴스 공급 창구역할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과 수익배분에 대한 단체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 NMA는 단체 협상을 위해 의회에 ‘반독점법 적용의 제한적 면제’ 입법을 요구하기로 했다. NMA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NYT 등 굴지의 언론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온라인 트래픽의 70%를 점하는 구글과 페이스북은 연간 온라인 광고 수입의 70%인 730억 달러(약 83조9500억 원)를 독식한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지난 한 해 순이익이 190억 달러(약 21조8500억 원)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엄청난 수치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트래픽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기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NMA는 주장했다.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에는 큰 비용이 드는데, 온라인업체는 기자를 고용하지도 않은 채 뉴스를 헐값에 이용하며 산업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언론사들이 단체협상에 나서는 것은 ‘반독점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NMA 측은 본격 협상에 앞서 의회에 반독점법 적용의 제한적 면제를 위한 입법을 요청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채번 NMA 대표는 “반독점법은 언론매체의 손발을 묶고 있으면서, 정작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거인’들에겐 관대하게 적용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WSJ, 다우존스 등을 거느린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뉴스와 정보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반(反)경쟁적 행태에 여론과 의회가 주목하도록 하는 NMA의 노력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NYT의 마크 톰프슨 최고경영자도 “언론사와 거대 플랫폼사의 불균형적 관계에 대한 우려와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