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상군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그동안 한화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딘 팀 가운데 하나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의 중장기 비전인 ‘뉴 챌린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소위 건강한 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성근 전 감독 체제에서 선수단 총원이 한때 110명을 초과하면서 육성선수를 정식선수로 전환할 자리가 없었다. 65명의 정식선수 정원도 늘 꽉 차있었다. 저연차 육성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박종훈 단장을 비롯한 한화 구단관계자들은 이 부분에 염증을 느꼈다. 직언을 하지 못했던 현장 스태프들도 이구동성으로 “선수단 총원이 너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도 올 시즌 끝까지 지휘봉을 잡는 것이 결정된 6월 13일, “선수 육성과 관련해 아직 논의하진 않았지만, 2군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래야 서산에서 뛰는 선수들도 희망을 갖고 야구할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서산 2군구장에도 자주 찾아갈 것이다”고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금도 이 같은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이 감독대행 체제에서 투수 강승현(32)과 이충호, 박상원(이상 23), 내야수 김태연(20), 정경운(24)의 5명이 정식선수로 전환됐고, 이들 가운데 박상원을 제외한 4명이 1군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강승현과 이충호는 꾸준히 1군에서 활약 중이다. 올 시즌 신인 김진영(25)을 과감히 승부처에 내보내 경험을 쌓게 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김태연과 정경운도 1군에 등록하자마자 선발로 내보냈다. 7일 잠실 LG전이 우천취소돼 정경운의 데뷔전이 미뤄지자 이틀 뒤(9일) “부담 없이 하던 대로 하라”며 데뷔전을 치르게 했다.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1군에서 주눅 들지 않고 팀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도 지금의 팀 분위기가 한몫했다. “육성을 통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육성하고 이들의 팀워크를 바탕으로 강한 팀을 만든다”는 계획이 공염불(空念佛)에 그치지 않으려면 팀 분위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주장 송광민의 “분위기가 좋아졌다. 소통이 원활해지니 힘이 난다”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