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격정적인 시어를 구사해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추앙받는 파블로 네루다. 동아일보 DB
왕자나 공주의 탄생이라든지 새해 첫 아기의 출산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군가의 출생 소식이 신문에 실리는 일은 거의 없다. 사실 막 태어난 사람이 어떤 인물이 될지 어찌 알겠는가. 113년 전인 1904년 7월12일은 칠레에서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예스 바수알토’라는 이름의 아기가 태어난 날이었다. 자라면서 시인이 되기를 꿈꿨던 그는, 시를 쓰는 것을 반대했던 아버지로 인해 가명으로 시를 써야 했다. ‘파블로 네루다’라는 이름이었다.
그가 출생했을 때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문재(文才)는 곧 널리 퍼졌다. 열아홉 살에 낸 첫 시집 ‘황혼의 노래’와 스무 살이 된 이듬해 출간한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는 네루다의 대표작이 됐다. 사랑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현실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감각이 깃든 그의 시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세계 각국에 소개됐다.
네루다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을 알린 동아일보 1971년 10월22일자 5면.
네루다와 우편배달부와의 우정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일 포스티노’. 영화사 진진 제공
이제 그의 탄생일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2004년 7월12일자 동아일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인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번역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