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 요금제’ 도입 주장 부상
이달 4일 국회에서 열린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동영상 광고 트래픽 문제가 또다시 거론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국정기획위원회가) 통신요금을 월 1만1000원 줄인다고 밝혔지만 (광고 데이터 부담만 제거해도) 월 7500원, 연간 약 9만 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1명당 하루 평균 4편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점을 감안해 계산한 수치다. 오 의원이 모바일 동영상 광고 문제를 거론한 것은 데이터 요금을 깎는 대안으로 ‘0원 요금제’(제로레이팅)를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통신업계는 제로레이팅의 가장 큰 수혜자가 소비자라고 말한다. 콘텐츠를 즐기는 데 쓰이는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요금을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 대신 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올 3월부터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 개발업체 나이언틱과 손잡고 이용자에게 데이터 요금을 받지 않고 있다. 이용자 1명당 한 달 평균 250MB씩 쓰는 데이터 요금은 나이언틱이 내는 구조다. SK텔레콤 같은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받을 돈을 콘텐츠 사업자인 나이언틱이 대신 내기 때문에 손해가 없다.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도 고객의 통신비 부담을 낮춰 서비스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미국 코카콜라도 AT&T에서 매달 1TB의 데이터를 사들여 소비자에게 광고 시청용으로 100MB씩의 데이터를 무료로 주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정보통신기술(ICT) 법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제로레이팅은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 부담을 해결할 방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제로레이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망 중립성 위반 우려가 대표적이다. 네트워크 사업자는 인터넷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는데, 제로레이팅은 보상에 따라 데이터를 차별 대우한다는 주장이다. 또 제로레이팅을 인정할 경우 자본력을 가진 소수 기업이 특정 서비스나 시장을 장악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초기에만 요금을 받지 않다가 일정 시점에 요금을 받는 방식 등으로 독과점적 이윤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낮출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에서는 아직 망 중립성과 관련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래부 관계자는 “제로레이팅을 사전 규제할 계획은 아직 없다. 시장 초기이기 때문에 제로레이팅이 소비자와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지켜보고 (사후)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